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 종가보다 2.8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9일(1396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최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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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400원’ 시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15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397원까지 추락하며 1400원 선을 위협했다.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으로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1400원 선을 돌파했을 거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2.8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9일(1396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이날 원화값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외환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러당 1391원에 출발한 원화가치는 오후 1시 무렵 달러당 1397.9원까지 미끄러졌다. 전날 기록한 장중 연저점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으로 2009년 3월 31일(하단 기준 달러당 1422원) 이후 가장 낮다.
외환 당국은 곧바로 원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지 40여분 만에 원화값은 달러당 1391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구두개입과 함께 실개입에 나선 것으로 시장이 추정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단숨에 (원화가치가) 6원 뛸 만큼 기존 구두개입보다 효과가 컸다”며 “구두개입과 동시에 (달러를 파는) 실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불을 붙인 건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 상승 압력이 기름을 부었다. 지난 13일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3% 상승해 시장 전망치(8.1%)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Fed가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5일 오전 2시 58분 기준(현지시간) 72%다.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은 일주일 사이 0%에서 28%로 뛰었다. 반면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제로(0)로 떨어졌다.
Fed가 긴축 고삐를 더 단단히 죌수록 달러 몸값은 더 크게 뛴다. 15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109.74를 기록했다. 연초(89.87)보다 22% 상승했다. 수퍼 달러의 질주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수출 부진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 가격이 1년 전보다 18.5% 하락하는 등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단기간에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선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한다. '1달러=1450원'까지 이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악재가 맞물려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까지 밀리는 건 시간문제”라며 “연말까지 원화값 전망치를 달러당 1450원 선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 선까지 밀릴 수 있다”며 “원화 강세로 되돌릴만한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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