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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잘나가던 현대엘리베이터 영업적자 왜? 원자재값 상승에 '털썩'…'톱5' 달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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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가 1996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첫 영업적자를 내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사측은 ‘일시적인 적자’라는 입장이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상선(현 HMM)을 떠나보낸 상황에서 현대그룹 버팀목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가 상장 이후 첫 영업적자를 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공장과 조재천 사장.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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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첫 분기 적자

▷2분기 116억원 영업손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1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분기 영업손실을 낸 것은 1996년 코스피 시장 상장 이후 처음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51억원 적자다.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점유율 40.8%에 달하는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오티스, 티케이엘리베이터 등 쟁쟁한 외국계 경쟁사를 제치고 꿋꿋이 선두 자리를 유지해왔다. 고정 수요가 탄탄한 덕분에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에도 매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현대엘리베이터 영업이익은 2019년 1362억원에서 2020년 150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290억원 이익을 올리며 선방했다.

하지만 올 들어 적자를 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원자재값 상승이 뼈아팠다. 엘리베이터 원자재는 철판, 주물, 가이드레일 등이다. 가이드레일은 엘리베이터 균형을 맞추는 레일을 말한다. 이 중 핵심 원자재인 철판 가격이 급등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당 675원 수준이던 철판 가격은 올 2분기 1300원으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중국 등 해외 시장 수요 침체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연간 엘리베이터 신설 수요가 60만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시장이다. 엘리베이터 수요가 매년 꾸준히 성장했지만 최근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수요 부진 직격탄을 맞았다. 이 여파로 현대엘리베이터의 2분기 말 수주잔액은 1조914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506억원) 대비 36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원자재값 상승에 수주 부진까지 겹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고스란히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원자재값과 물류비 상승 여파로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영업이익은 12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는 수주부터 설치까지 최대 1년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원자재값 상승 여파를 피하기 어려웠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엘리베이터 가격을 인상한 만큼 3분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5만원을 넘나들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최근 2만원대로 떨어졌다(8월 31일 종가 2만9300원). 대신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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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대응책은

▷현대아산 건설, 현대무벡스 물류 승부수

현대그룹 ‘맏형’ 역할을 해온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현대그룹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현대상선,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핵심 계열사를 떠나보내면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대북 사업을 해온 현대아산, 물류 계열사인 현대무벡스가 있기는 하지만 덩치가 적다.

현대아산은 1998년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 경제 협력 사업 물꼬를 튼 이후 묵묵히 대북 사업을 진행해왔다.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개성공단 개발 사업까지 추진하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현대아산만은 꼭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데다 개성공단 가동까지 막히면서 현대아산 실적은 악화일로다. 2007년만 해도 현대아산 영업이익은 197억원에 달했지만 2008년 이후 매년 적자에 허덕였다.

대북 사업이 난항을 겪자 최근 건설업에 주력하면서 턴어라운드에 나섰다. 지난 4월 새 주택 브랜드 ‘프라힐스’를 선보이고 브랜드 적용 첫 단지인 경기도 부천 ‘현대 프라힐스 소사역 더프라임’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주택 사업을 강화한 덕분에 현대아산은 지난해 매출 2474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내며 1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주택 건설업으로 회생하려는 분위기지만 국내 주택 경기가 한풀 꺾인 데다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이 치열해 계속해서 넉넉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현대무벡스도 현대그룹 내부적으로 기대가 큰 계열사다.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한 뒤 IT 업체인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해 설립했다. 현정은 회장과 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각각 지분 23.6%, 3.9%를 보유했다.

현대무벡스는 인공지능(AI), 로봇 사업을 앞세워 스마트 물류 자동화 사업에 주력해왔다. 쿠팡 용인물류센터 자동화설비,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창고를 비롯해 CJ제일제당, 롯데푸드, 하림 등의 물류 자동화 구축 사업을 진행해왔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물류센터 투자가 늘어 현대무벡스 물류 자동화 사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매출 2400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올렸다. 올 2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2236억원 수준이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 매출 규모(지난해 1조9734억원)와 비교하면 현대아산, 현대무벡스 모두 핵심 계열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충북 충주시로 본사를 이전하고 장기 경영계획을 내놨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2030년까지 매출 5조원을 올려 ‘글로벌 톱5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비쳤다.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영업 부문에서 30여년간 경험을 쌓아온 영업 전문가다. 조 사장은 국내 대표 엘리베이터 기업에서 벗어나 해외 사업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총 332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 물류센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생산설비를 갖췄다. 기존 경기 이천공장에 비해 생산성을 높이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AI 등을 활용해 충주공장 자동화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2028년까지 연간 엘리베이터 생산 규모를 3만5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미래의 꿈을 현실화하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 혁신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적자를 내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크다는 후문이다. 중국 수요 부진 대응책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중동, 아메리카 시장으로 거점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숱한 고초를 겪은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으로 보란 듯이 그룹 재건에 성과를 낼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5호·추석합본호 (2022.09.07~2022.09.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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