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태풍’ 힌남노 비상
6일 오전 부산 인근 육상 진입
중대본 1→ 3단계 첫 즉시 상향
尹 “선조치 후보고 대처” 주문
‘힌남노’ 경로 살펴보니
최강 풍속 ‘매미’와 경로·강도 닮은꼴
5일 밤 제주해상 접근… 초속 45m 예상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북상하고 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분석·감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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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초강력’ 강도로 서귀포 남서쪽 460㎞ 해상까지 올라올 전망이다. 대만 동쪽 해상에 머무는 동안 위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북상을 시작하며 다시 힘을 되찾았다. ‘역대 가장 강한 태풍’이 될 것이란 예보도 그대로다.
5일 밤부터 6일까지 제주와 전남남해안, 경남해안에 순간 초속 40∼60m의 바람이 불겠다. 기차를 탈선시키고 건물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초강풍이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지날 때 제주 고산에 초속 60m의 바람이 불었다. 힌남노는 하필 해수면 높이가 높아지는 시점에 국내에 접근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한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태풍·호우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중대본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는 “힌남노는 과거 ‘루사’ ‘매미’보다 큰 위력으로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총력대응을 위해 3단계로 즉시 상향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1∼3단계 순으로 근무 인원과 편성이 확대된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이다.
부산항에 태풍 피해 정박한 선박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부산항 5부두에 선박들이 대피해 있다. 힌남노는 6일 새벽 서귀포 부근을 지나 같은 날 오전이면 경남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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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태풍 상륙이 예상되는 6일 민간 분야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권고했다. 각급 학교는 적극적으로 휴교나 원격수업을 할 것을 요청했다.
제주와 부산 지역은 이미 비상상황이다. 이날 제주 서부지역에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려 주택·상가·학교 등이 침수됐다. 제주에서는 모든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고 공항은 서둘러 집으로 가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부산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대피 권고를 내렸다. 제주와 영·호남 지역에서는 선박 1만9000척이 항구로 대피·결박·인양 조치됐다. 5일 제주·부산의 하늘길·뱃길은 대부분 끊긴다.
윤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이번 태풍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특히 반지하 주택지와 해안가 저지대 등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재해보험금 선지급과 추석 전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독려했다. 이날 회의에는 대통령실 소속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국무총리와 13개 부처 장관과 청장, 17개 시도 단체장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중대본의 선제적 가동을 포함해 최고 단계 태풍 대응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한 바 있다.
4일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서 경찰이 출입금지선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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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륙 동시 북쪽서 비구름 전국 강한 비바람… 최악 피해 우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여러 면에서 2000년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 ‘루사’나 ‘매미’에 비견된다. 힌남노 자체의 위력도 대단하지만, 태풍 상륙 시기 하필 북쪽에서 비구름까지 다가와 전국적으로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
2002년 8월31일 전남 고흥군에 상륙한 루사는 중심기압이 960h㎩로, 상륙 당시 강풍반경이 500㎞나 됐다. 루사는 비바람도 셌지만 특히 긴 체류 시간이 문제였다. 여수시 인근에 상륙한 이후 시속 10∼20㎞의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여 동해로 빠져나갈 때까지 장장 21시간이나 한반도에 머물렀다.
이런 탓에 강릉에는 연평균 강수량의 62%인 870.5㎜의 비가 하루에 쏟아졌고,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루사는 지금까지 역대 재산 피해 1위(5조1479억원), 인명 피해 4위(246명 사망·실종)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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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경남 지역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힌남노는 경로나 중심기압이 루사보다는 매미와 비슷한데, 매미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으로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역대 2위), 1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낸 매미는 제주 동해상을 지날 때 중심기압은 950h㎩,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0m였다. 힌남노는 제주에 가까워지는 6일 오전 3시쯤 중심기압이 이보다 낮은 945h㎩로,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45m로 예측된다.
힌남노는 육지 상륙 후 시속 40㎞ 정도로 이동하며 태풍의 중심 자체가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기준 강풍반경이 430㎞에 달해 제주에 근접해오는 5일 오전부터 6일 저녁까지 약 하루 반 동안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겠다. 현재 대만 동북쪽 해상에서 북상하며 지속적으로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는 데다 대기 중 태풍 발달을 저해하는 건조공기 영향도 받지 않아 포항시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진출한 후에도 태풍의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을 점이 아닌 우리나라보다 큰 공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태풍 반경에서 벗어날 때까지 우리나라 전체가 영향권”이라고 말했다.
북쪽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온다. 남쪽에서 밀려 들어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찬 공기와 충돌하며 5일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두터운 비구름이 발달하게 된다. 두 공기가 만나며 발달한 비구름과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은 5∼6일 사이 엉겨붙으며 전국적으로 100∼300㎜, 제주 산지는 누적강수량 600㎜ 이상의 많은 비를 뿌리겠다. 강한 바람도 동반되며 해상에서는 만조 시 10m 이상의 높은 물결이 일 수 있다.
윤지로·송은아·이현미·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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