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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개척교회 목사는 어쩌다 마약 대부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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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9일 공개된다. 남미 국가 수리남을 배경으로, 마약 판매상으로 누명을 쓴 홍어 수입업자가 마약 대부를 잡기 위해 국정원 비밀 작전에 합류하는 이야기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얼굴 황정민과 하정우,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박해수, 명품 조연 조우진·유연석까지 가세한 대작이다. 온라인 시사회에서 '수리남'을 살펴봤다.

때는 1990년대. 카센터와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가족을 건사하는 강인구(하정우)는 친구 응수(현봉식)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인구 50만명인 남미 소국 수리남에 버려지는 홍어가 많으니 이를 염가에 수입해 떼돈을 벌자"는 얘기였다. 아내 혜진(추자현)의 반대로 제안을 거절했던 강인구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친 뒤, 가족을 먹여 살릴 밥벌이 걱정에 '전 재산 5억원'을 몽땅 들고 수리남 아돌프 펜겔 공항에 도착한다. 현지 홍어 매입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현지 군인을 매수하는 등 수완을 발휘해 사업을 확장한다.

탄탄대로 호시절도 잠시, 수리남 차이나타운의 갱스터 첸진(장첸)의 협박을 받더니, 한국행 홍어 박스에서 코카인이 발견돼 강인구는 감옥에 갇힌다. 그때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등장해 이 모든 상황이 강인구를 도운 개척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계략이었다는 사실, 또 전 목사는 수리남에 은닉하는 코카인 왕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인구는 최창호가 제안한 '전요환 비밀 검거 작전' 합류를 받아들인다. 여기까지가 2회 중반까지 내용. 마약왕 전요환은 검거될까.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이 그의 페르소나이자 대학 선배인 하정우에게서 연출을 제안받아 시작됐다. 두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함께한 대학 선후배 사이다. '수리남이라는 남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서, 마약 왕인 한국인을 국정원이 검거하는 스토리, 그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자'라는 묘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하정우가 윤 감독에게 제안했다.

전요환 목사를 검거하는 스토리 라인이 중심에 서는 가운데 내부자 색출이 '마피아 게임'처럼 이어진다. 전요환은 조직에 잠입한 스파이를 밝히려 하지만 강인구가 흘린 거짓 정보와 혼란 유도로 스파이 색출은 계속 실패한다. 스토리 설정, 화면 구성에 이물감이 없어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수리남,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미국 등 다양한 국가가 배경으로 나오는 데다 현지에서 섭외한 여러 조연과 엑스트라 배우들의 연기,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한 공중 신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낯선 나라 수리남을 배경으로 한국형 액션물과 조폭물의 특장점을 쏟아부은 듯한 느낌이다. 브라질 국경수비대와 벌이는 전투신도 일품이다. 강인구와 전요환이 각자 '꿍꿍이'를 갖고 수리남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두 사람의 전사(前事)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솜씨도 놀랍다.

수리남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한국에서 필로폰을 이용해 사기를 쳤던 전요환은 수리남으로 향해 마약 왕으로 성장했고, 결국 수리남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까지 포섭했다. 최창호는 강인구와 함께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까지 전요환을 유인하는 작전을 쓴다.

단점도 없지 않다.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기엔 방대한 이야기지만 6부작 중 일부 에피소드는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요환 목사가 구축한 종교집단 내 구성원들이 내뱉는 종교적인 여러 대사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살인과 폭력, 마약 밀매를 업으로 삼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거짓이 아닌 진짜 신앙심에서 그동안 범행을 벌였다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전 목사가 자주 언급하는 '하나님의 계획' '사탄에 씌웠다' 등의 대사도 따지고 보면 불필요한 말들이어서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대중 앞에 가면을 쓴 최종 보스이자 내부자에게 배신을 당하는 최정점 권력이라는 점에서 마약 대부 전요환 목사는 황정민 주연 영화 '아수라'의 안남시장 박성배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역시 단점일 수도 있다. '아내와 자식들 먹여 살릴 걱정에 불가피하게 위험한 선택을 하는 가장'이란 설정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공작'에서 윤 감독이 추구해온 일관된 주제임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하정우와 황정민이 이루는 연기 앙상블, 작품의 반전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수리남'은 6시간이나 소요되는 시청 시간에 값한다. 하정우는 "신인 시절 함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했고, 황정민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분명히 있었다. 이 에너지를 빨리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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