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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평점 낮다고 계약해지? 배민·쿠팡이츠 등 갑질약관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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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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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평가가 낮거나 민원 다발을 이유로 배달앱 플랫폼 마음대로 입점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게 한 '갑질 약관'이 시정됐다.

이른바 '별점 테러' 등으로 고객 평점이 깎인 음식업주들이 배달앱에서 일방적으로 퇴출까지 당하는 억울한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 배달앱 플랫폼의 음식업주 이용약관을 심사해 4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계 1~3위 사업자다. 음식업주 이용약관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인 음식업주 사이에 체결하는 약관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부당한 계약해지·이용제한 ▲사업자 경과실에 대한 부당한 면책 ▲회원 게시물에 대한 부당한 이용 ▲판매자에게 불리한 통지방식 등 4가지 불공정 조항이 확인됐다.

우선 배민·쿠팡이츠 약관에는 '고객평가가 현저히 낮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나 '민원 빈발' 등의 사유로 별도의 최고 절차 없이 계약해지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입점업체가 가압류·가처분 조치를 받은 경우 즉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계약해지 사유가 추상적·포괄적이라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점업체에게 중대한 손해를 미치는 계약해지를 하면서 이의신청이나 시정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임시적 절차인 가압류·가처분 조치 만으로 입점업체가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지적에 따라 사업자들은 현저하게 낮은 고객 평가를 따지는 기준에 '재주문율'을 포함했다. 낮은 평점을 받고도 재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경우는 계약 해지나 서비스 이용제한을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제재 조건도 '고객의 평가가 일관적·객관적으로 현저히 낮은 경우'로 수정해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줄였다. 민원 빈발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판매자 책임 여부를 추가했다. '판매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환불요구, 주문취소 및 위생 불만 등의 민원이 빈발해 판매자로 적절치 않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로 조항을 고쳤다.

사업자의 경과실을 부당하게 면책하는 3개 업체의 약관도 시정됐다. 플랫폼 업체들은 정보통신설비 수리·교체 등으로 서비스 제공이 중단돼 입점업체가 손해를 보더라도 '고의·중과실'이 있을 때만 책임을 진다는 약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고의·과실로 회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민법 규정에 따라 '경과실'도 책임 범위에 포함시켰다.

음식업주 게시물에 대한 부당한 이용 조항도 수정됐다. 지금까지는 계약을 해지한 경우 음식업주가 업주게시판 등에 올린 게시물을 배달앱 사업자만 삭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약관 시정으로 음식업주도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업주들에 대한 통지 방식도 바뀐다. 그간 배달앱 사업자는 불이익이 있는 내용이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통지할 때에도 웹사이트 게시 방식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중대한 사안은 음식업주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야 한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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