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가 접근했던 지난 2016년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집채 만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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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채 제주도를 지나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돼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태풍 힌남노는 남해안에 상륙하는 오는 6일 오전 9시 무렵에도 중심 기압이 95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43m(시속 155㎞)로 '강한 태풍'의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기상청은 3일 예보했다.
태풍 힌남노의 예상 진로는 지난 2016년 10월 제주도와 영남 지방을 강타했던 태풍 '차바', 2003년 9월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매미'와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륙 시점을 기준으로 태풍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과거 매미의 954hPa이나 차바의 970hPa보다 낮아 더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 힌남노의 예상 진로.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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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폭풍 해일과 침수, 산사태 등을 우려하고 있다. 태풍 차바와 매미의 피해 사례를 짚어보고 미리 대비한다면 큰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작 배포한 '폭풍 해일 해안 침수 예상도'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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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넘은 파도로 해운대 침수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경남 양산시 양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과 공무원,군장병 등이 침수된 지하주차장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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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제18호 태풍이었던 차바는 그해 9월 26일에 괌 동쪽 해상에서 발생했다.
태풍 차바가 제주를 지나는 동안 제주 고산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56.5m(일 최대풍속은 초속 47m)가 기록됐다. 제주시에서도 초속 47m의 순간 최대 풍속이 관측됐다.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한때 시간당 17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등 모두 659.5㎜의 폭우가 내렸다. 울산에도 266㎜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의 이동 경로.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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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는 전남과 경남, 부산·울산, 경북 동해안에 10명이 사망·실종하고 차량 1050여 대가 침수되는 등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이재민도 90가구 198명으로 집계됐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인근 컨테이너를 덮쳐 안에 있던 사람이 숨졌다. 제주 한 양식장에서 정전으로 넙치·돌돔 47만 마리가 폐사했다.
태풍 차바 북상과 만조시간이 겹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과 경남대학교 주변 해안도로가 바닷물이 차올라 침수됐다. 논밭이 물에 잠기고 비닐하우스 파손도 많았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마린시티가 방파제를 넘는 파도로 인근 상가 등이 침수됐다. 차바로 인한 재산 피해는 부산에서만 727억 원으로 집계됐다.
태풍 매미 피해 4조2225억 원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의 인공위성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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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는 2003년 9월 5일 괌 서쪽 해상에서 그해 14번째로 발생했다. 9월 12일 낮 제주도 동쪽 해상을 통과한 뒤, 그날 오후 8시 무렵 경남 고성군 남해안에 상륙했다. 상륙 당시 중심 기압은 954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40m 정도였다.
태풍 매미는 한반도 남동부를 관통하고, 13일 하여 상륙 후 약 6시간 만인 9월 13일 2시 30분경에 울진을 거쳐 동해로 나갔다.
태풍 매미의 이동 경로. [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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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상륙 시각이 남해안의 만조 시각과 겹쳐 가공할 만한 해일이 발생, 당시 마산(창원)에서는 지하 노래방에 갇힌 사람을 비롯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마산의 만조 때 바닷물 높이는 약 180㎝로 예측됐으나, 태풍 해일에 의해 최대 439㎝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좌초된 해상호텔이 부산 수영만에서 해체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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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에서는 수천 척의 선박이 해일로 인해 파손되는 피해를 보았고, 부산항에서는 800톤이 넘는 컨테이너 크레인 11대가 강풍으로 무너지거나 궤도를 이탈했다. 해운대에서는 7000톤이 넘는 해상관광호텔이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전복됐다.
매미로 인한 재산 피해는 4조2225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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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해안 침수 예상 지도 완성
태풍 `매미'가 지나 간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용 대형 크레인 6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뒤에 보이는 자성대부두의 크레인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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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당시 폭풍 해일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게 '폭풍 해일 해안침수 예상도'를 작성한 것이다.
폭풍해일 내습으로 재해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50년, 100년, 150년, 200년 빈도의 해일이 발생했을 때 각각 예상되는 침수 범위와 침수 수심, 해일 높이, 대피 경로 등에 대한 정보를 담는다.
연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시기에 강력한 태풍이 닥쳤을 때 어느 지역까지 바닷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느냐를 예측하는 것이다.
창원 마산지역 침수 예상지도 [국립해양조사원] |
창원 마산 지역 폭풍해일 침수 예상 지도 [국립해양조사원] |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2009~2020년에 전국 연안을 179개 구역으로 나눠 침수 예상 지도를 작성해서 해당 지자체 등에 전달했다. 해양조사원에서는 또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침수 예상 지도를 순차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폭풍 해일 침수 예상 지도 2단계 제작 과정(2021~2025년). [국립해양조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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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조사원 관계자는 "지자체의 특성이나 개발 상황 등에 맞춰 5년마다 지도를 개정한다"며 "지도 1장에 5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예산이 빠듯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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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지도 존재 모르는 지자체도
2018년 10월 6일 제25호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강풍과 함께 높은 파도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방파제를 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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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경우 이런 침수 예상지도를 활용해 '도시 침수 재해 정보 지도'를 만들었다.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해안 침수 예상 지역 등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일선 구청 중에서는 이런 침수 예상 지도가 있는지도 몰랐고, 담당자가 아예 지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청 직원 등을 상대로 교육을 계속하고 있지만, 직원들 교체가 잦아 제때 업무 파악이 안 된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조사원 관계자도 "각 지자체에 지도를 배포했지만, 잦은 인사이동 때문에 담당자들도 활용 방안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보았던경남 창원시 시민안전과 관계자는 "태풍 매미 피해 이후 해양수산부 등의 지원으로 해안에 해일을 막기 위한 방재언덕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문도 설치했다"며 "해일 발생이 우려될 경우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대피를 유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 지난 2일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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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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