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0%대…GS칼텍스·SK이노 1~3%대
기후정의행동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에스케이 서린빌딩 앞에서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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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키운 고유가 덕에 올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기부금은 줄이거나 현상 유지에 그쳐 눈총을 받고 있다. 고유가를 배경으로 배만 불리고 사회적책임(CSR)에는 소극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과도 대비된다.
31일 <한겨레>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정유사들은 기름값 고공행진 덕에 막대한 이익을 봤으나 이들이 낸 기부금은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최근 5년 사이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0.59%에 그쳤다. 에쓰오일은 0.83%, 지에스(GS)칼텍스는 1.67%,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3.14%였다. 특히 기부금 액수와 영업이익 대비 비중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이전(2018∼19년)보다 줄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424억원에 달했으나 기부금은 67억원이었다. 올 상반기엔 영업이익은 2조748억원으로 지난 한해보다도 많았지만, 기부금은 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이전인 2018년(75억원 기부)과 2019년(66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갑절로 늘었으나 기부금 액수는 오히려 줄었다. 더욱이 현대오일뱅크는 해마다 내는 기부금의 절반을 넘는 40억원 이상을 아산정책연구원 등 그룹 계열 재단에 건넸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었으나, 기부금은 177억원으로 2018년(195억원)과 2019년(193억원)에 비해 줄었다. 이에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2018년 3.04%, 2019년 4.61%에서 지난해에는 0.83%로 낮아졌다.
지에스칼텍스는 2018년에 109억원(영업이익 대비 비중 0.87%), 2019년에 348억원(3.96%)을 기부했고, 2020년에는 영업이익 적자 상황에서도 343억원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기부금은 337억원(1.67%)을 내는데 그쳤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올 상반기 기부금은 320억원(1.00%)으로, 지난해 상반기(312억원·3.09%)에 견줘 금액은 비슷하지만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351억원(1.67%)과 575억원(5.16%)을 기부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2020년에는 169억원으로 줄였다가 2021년 551억원(3.14%)으로 늘렸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보다는 적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9783억원으로 지난해 한해보다 갑절 많았으나 기부금은 84억원(0.21%)에 그쳤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을 제외한 정유 3사는 기부금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2017년 이후 10억원 이상 기부금은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유업체에 기부금 관련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영업이익이 적자여도 기부금을 내고, 흑자라고 더 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승영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이익이 갑작스럽게 기대했던 것보다 많아졌을 때 초과 이익을 주주나 임직원 등 회사 내부에서만 쓸 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계획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이사회 중심으로 이익에 대한 사용처를 논의하고 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막대한 이윤 증가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기 전에 선도적으로 실행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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