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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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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유럽 휴가 허용해야 하나”…EU, 관광비자 발급 제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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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프라하에서 외교장관들 논의”

관광비자 전면 발급 중단은 미지수

“푸틴의 전쟁일 뿐” 숄츠 총리 등 반대


한겨레

핀란드 헬싱키 공항 출국장에서 사람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비행기 출발 시각을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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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러시아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끔찍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럽에서 호화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 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들이 30일 체코 프라하에서 만나, 러시아인의 관광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당국자 가운데 한명은 “우리(유럽) 도시와 항구를 러시아인들이 활보하게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전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를 러시아인에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는 지난 2007년 비자 간소화 협정을 맺어 러시아인의 유럽연합 회원국 입국은 쉬운 편이다. 신문은 유럽연합 외교장관들이 이 비자 간소화 협정 적용을 일시 중단하는 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 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러시아인의 역내 체류일수는 총 3700만회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연합 5개 회원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핀란드 등 5개국은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 비자 발급을 제한해 왔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유럽연합 전체 차원에서 같은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스위스·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은 국경 검문을 철폐한 ‘솅겐조약’에 가입되어 있다. 그 때문에 이들 국가를 통해 유럽연합 안에 들어온 러시아인들은 폴란드 등 5개국에도 검문 없이 입국할 수 있다. 결국, 자신들만 러시아인들 입국을 제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에선 찬반 논란이 엇갈리고 있어 전체 차원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전면 발급 중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데니스 라트케 유럽의회 의원(기독교민주연합)은 “유럽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듯 돈을 펑펑 쓰는 러시아인들을 참아내기 어렵다”고 말했고, 만프레트 베버 의원(기독교사회연합)도 “우크라이나 피난민들과 여기에서 휴가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을 동시에 겪는 게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딕 5개국 및 독일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전쟁일 뿐 러시아 국민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관광 비자 전면 금지 조처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차이퉁>도 “서구는 러시아인들이 유럽에서 버젓이 휴가를 즐기는 경우도 참아내야 한다. 법치국가 개념의 핵심은 특정 집단에 대한 귀속 여부보다 개개인을 더 중심에 놓고 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푸틴 정권을 벗어나려는 이들이 발급이 비교적 쉬운 관광 비자로 일단 입국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전면 금지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로 거론된다.

독일 인권단체 ‘프로아쥘’은 “관광 비자로 독일에 입국한 러시아 반정부 인사들을 알고 있다. 이들의 피난 통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지난 15일 이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건 흑과 백의 문제가 아니다. 회색의 그늘이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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