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5일 동래구 온천동 ‘동래럭키’ 단지 곳곳에는 건설사들이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한다’며 걸어놓은 현수막이 빼곡하다. 부산 ‘내륙 대장’ 단지로 불리는 동래럭키는 지난 8월 3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인데 단지 곳곳에서 기대감이 드러난다. 동마다 재건축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럭키는 이제 곧 허물어질 아파트다. 이곳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아파트도 줄줄이 재건축에 성공해 인기를 끌지 않나. 동래럭키가 재건축되면 동래구 아파트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자랑한다.
# 해운대구 동해선 벡스코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삼호가든’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방 최초 아크로가 온다’ ‘높이와 용적률 상향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돼 있는 이 단지는 DL이앤씨가 지방 최초로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7월 단지 최고 용적률을 260%까지, 높이는 102m까지 올리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이후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이곳 주민 B씨는 “아크로 브랜드에 용적률·높이까지 상향되면 센텀시티 인근에서 독보적인 아파트 단지가 되지 않겠냐”며 좋아했다.
부산 광안리 해변가 반대편에서 바라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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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재건축 대장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 은마’ 삼익비치 아파트가 61층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뒀는가 하면 부산 ‘내륙 대장’ 동래럭키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사업에 물꼬를 텄다. 앞서 삼호가든에는 DL이앤씨가 지방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면서 부산 전역 재건축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부산은 국내 ‘제2의 도시’다. 바꿔 말하면 서울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고, 서울만큼이나 노후 주택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부산에서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비율은 84%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고, 비율도 유일하게 8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에서는 새 아파트 수요가 꾸준했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성사시키려는 열망도 수도권 못잖게 높았다.
부산광역시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산 지역 37곳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 구역만 합쳐도 3만가구가 넘는다. 조합설립 전 단계, 그러니까 추진위원회만 구성돼 있거나 아직 추진위 없이 사업을 논의 중인 곳까지 합하면 부산 전역에 64곳이나 된다.
이런 부산에서 ‘재건축 대어’ 3대장을 꼽아보라면 삼익비치, 동래럭키, 삼호가든이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니 ‘확실히 흥행할 곳’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단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부산 은마’ 삼익비치
▷사업시행인가 목전…바다 조망 희소성
서울에서는 은마아파트가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면, 삼익비치(남천2구역)는 부산의 은마만큼이나 상징적인 재건축 단지다. 올해로 44년 차(1979년 준공)를 맞은 3060가구 규모 대단지라 부산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 등으로 통한다. 이런 삼익비치는 최근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다. 8월 10~25일 보름 동안 삼익비치 재건축 정비사업 사업시행 인가를 위한 공람·공고 절차가 진행됐다. 이 기간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는 절차만 거치면 바로 사업시행인가가 날 예정이다.
공사비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삼익비치 재건축은 용적률 295%를 적용해 기존 최고 12층 33개동, 3060가구에서 최고 61층 12개동, 3325가구 규모의 ‘그랑자이 더 비치(예정)’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61층짜리 초고층 아파트가 광안리 해변에 들어서면 부산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대표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민 평형’ 전용 84㎡를 기준으로 최고 실거래 가격은 지난해 6월 매매 계약서를 쓴 16억원(2층)이다. 올 들어 가격이 내려 14억~15억5500만원 사이에 사고팔렸는데 최근 매물 호가가 15억~20억원까지 올라 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약 11억원)보다도 시세가 높다. 아직 실거래 등록은 안 됐지만 지난 8월 5일에는 전용 61㎡(25평)가 10억2000만원에, 8월 13일에는 같은 평형 아파트가 9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남천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창 시세가 높던 지난해보다는 시세가 2억~3억원, 많게는 4억원가량 빠져 있는 상태”라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소형 평형 소유자들이 급매물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금력이 되는 대형 평형 소유자는 집값이 빠지는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희소성 강한 랜드마크 아파트에 입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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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온천동 일대에 자리 잡은 동래럭키는 ‘내륙 대장주’로 불린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수주를 노리는 건설사들도 재빨리 현수막을 걸며 응원전에 나선다. (윤관식, 반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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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대장’ 동래럭키
▷부산서 귀하신 몸 ‘평지·학군 아파트’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동래럭키’는 12만2684㎡ 부지에 세워진 18개동 1536가구 규모 아파트다. 동래럭키는 부산 내륙 재건축 단지 중 대장으로 꼽힌다.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입지 덕분이다. 동래럭키는 부산 내에서도 보기 드문 ‘내륙 평지 아파트’다. 교통·생활 인프라도 우수하다. 부산 지하철 1·4호선 동래역과 3호선 미남역이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단지 옆에는 롯데백화점 동래점, 메가마트 동래점 등을 비롯한 생활 편의시설이 붙어 있다. 동래 학군은 해운대와 더불어 부산 내 양대 학군으로 꼽힌다.
‘부산 재건축 3대장’으로 불리지만 재건축 속도는 다른 대장주에 비해 다소 늦다. 이제 막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83년 준공된 동래럭키는 2020년 10월 재건축 첫 관문인 타당성 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한 달 뒤 예비안전진단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재건축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다 올해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예비안전진단을 재청구했고 8월 3일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으로부터 ‘안전진단 필요’ 결정을 통보받았다.
호재가 이어지면서 올 들어 전용 85㎡(33평)가 11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전용 132㎡(47평)가 13억8000만~14억7000만원에 연달아 거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지만 ‘대장주’만큼은 선방하고 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동래럭키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고점 대비 2억원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동래럭키는) 다른 아파트에 비하면 여전히 인기가 많다. 비교적 소형(?)인 30~40평대를 중심으로 한 매물은 문의가 끊이지를 않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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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삼호가든은 최근 정비 계획안이 통과하면서 높이와 용적률이 상향됐다. 아파트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윤관식, 반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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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크로’ 삼호가든
▷완화된 규제에 층수 높여 재건축
마지막 대장 해운대 삼호가든(우동1구역) 역시 부산에서 ‘노른자 정비사업장’으로 꼽힌다. 부산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해운대 센텀시티 내 복판에 자리 잡은 상징성 때문이다.
순풍을 이어가던 삼호가든 재건축 사업은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당선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부동산에 규제를 가하던 정부 기조를 따라 오 전 시장은 부산 재건축 시장에도 각종 규제를 걸었다. 특히 2019년 건축물 높이를 120m로 제한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장산 인근에 위치해 지대 자체가 높았던 삼호가든은 결국 높이 87m, 용적률 251%로 재건축을 승인받았다. 당초 기대보다 사업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랬던 삼호가든이 다시 해운대 ‘대장주’로 고개를 든 것은 올해 계획안이 변경되면서다. 2019년 도입된 ‘부산시 높이 관리 기준’이 지난해부터 수정됐다. 이에 맞춰 조합 측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정비계획을 다시 세웠다. 올해 조합은 ‘우동1재건축사업 계획 변경안’을 제출했고 7월 열린 제5회 부산시 도시경관공동위원회 심의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단지 최고 높이는 102m로 올랐고, 용적률은 260%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우동1구역은 최고 지상 34층 11개동 1283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인 덕분에 매매 가격도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올 들어 전용 85㎡(32평)가 13억3000만~13억8000만원에 거래된다. 전용 128㎡(46평)는 18억3000만~19억원 사이에서 손바뀜이 일어났다.
해운대 인근 E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용적률과 최고 높이가 올라간 데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아크로’ 브랜드를 단다는 점에서 삼호가든에 대한 기대가 높다. 삼호가든에 이어 대우 마리나, 센텀현대 등도 재개발에 속도를 내면 해운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분위기를 들려줬다.
▶하락장 속 선방하는 부산 부동산
▷대장주 굳건·규제 완화 분위기까지
금리 상승·부동산 규제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가운데, 부산 부동산 시장은 선방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구, 세종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지만 부산만큼은 가격 방어선이 나름 탄탄한 모습이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부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3.3㎡당 1802만원)는 서울,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평균 분양가가 24.1%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분양가는 3.88% 오르는 데 그쳤다.
하락장 속 부산 부동산이 선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해·수·동’ 지역의 공급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가 자리 잡는다. 바다를 끼고 있어 외지인 투자 수요가 높은 해운대구와 수영구, 전통적인 부촌으로 부산 내 수요가 많은 동래구가 여전히 건재하다.
해운대구 일대는 외지인 투자가 활발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 거래 4987건 가운데 외지인(서울·기타지역 거주자) 투자자 거래 건수는 996건으로 전체의 19.97%를 차지했다. 지난해 1~12월 거래된 아파트 5채 중 1채는 외지인들이 사들인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은 서울뿐 아니라 울산, 포항 등 인접 지역에서도 투자 수요가 몰리는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비 사업지가 많은 수영구는 올해 1월 1일 기준 개별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13.53% 상승했다. ‘동래래미안아이파크(온천3구역 재개발, 입주 완료)’ ‘동래래미안포레스티지(온천4구역 재개발)’ 등 대어 재개발 단지가 즐비한 동래구 부동산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 집권으로 정권이 교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정부가 만든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현재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부산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앞으로 마냥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하이엔드 주거지로 탈바꿈하는 재건축 단지들도 이미 극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향후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분양 시점의 부동산 경기 상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현재 부산 일대 재건축 호재는 일정한 부분이 가격에 반영돼 있다. 따라서 재건축 완료 후 재평가는 준공 시점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확률이 크다”고 전했다.
[정다운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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