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달 8일 5개 지자체장 간담회…김동연 지사 사실상 ‘패싱’
경기도, 도지사 직속팀 개설…양측 전담팀·연구·정비안 모두 따로
대도시 아닌 산본은 도지사가 승인 권한…주도권 싸움에 혼란 가중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경기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각각 재정비를 위한 전담조직을 꾸리고 재정비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지만 양측 모두 상대방과 대화나 협력보다는 ‘패싱’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자체장 간담회” VS “경기는 따로”
25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예고한 대로 다음달 8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청취 및 지원 등 재정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1기 신도시가 속해 있는 성남(분당)·고양(일산)·안양(평촌)·부천(중동)·군포(산본) 등 5개 지자체장이 참석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지사와 협의나 논의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김 지사를 사실상 ‘패싱’하고 지자체장들과 간담회 일정을 잡자 김 지사는 곧바로 ‘도내 전담팀 개설’을 띄웠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분당의 한 노후 아파트 현장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찾아 “도지사 직속으로 전문가 중심의 전담 조직을 만들겠다”며 “5개 신도시와 시·도의원이 참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 시별로 시민 20명씩 총 100명이 참여하는 ‘시민협치위원회’도 만드는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연구원에서 지난 2월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 연구’에 착수했고,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8월 초 ‘1기 신도시 재정비 개발방향 종합구상’ 용역을 시작했다”며 “재정비 사업에 필요한 재정지원과 노후화 현황 실태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전담팀을 만들고 자체 정비방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각자도생하는 상황이 됐다. 국토부 역시 “2024년 내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겠다”며 연구용역 발주 등 본격적인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대로라면 국토부와 경기도에 모두 전담팀이 생기고, 각자 연구용역을 하며, 별도의 정비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원 장관이 김 지사를 향해 “권한도 없으면서 얄팍하게 정치한다”고 비난하면서 시작된 국토부와 경기도 간 갈등이 각자도생 문제로까지 번진 것이다.
■업계 “도지사 권한 없진 않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보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의 수립권자는 특별시장, 대도시(인구 50만명) 시장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장은 기본계획 수립 시 관계 행정기관의 장(국토부장관)과 협의하게끔 돼있다.
이에 따르면 김 지사는 기본계획 수립권자가 아니다. 다만, 대도시가 아닌 도시의 경우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기 신도시 중 산본이 속한 군포(인구 26만여명)가 이에 속한다. 이 때문에 원 장관 언급처럼 김 지사의 권한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제 갈 길을 가면서 업무중첩 및 효율성 저하, 개별 계획안 마련에 따른 혼선 가중 등 1기 신도시 문제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1기 신도시 문제가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 내 여야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총 29만여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일제히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건국 이래 기존 도심에서 이 같은 규모의 동시 재정비 사업이 벌어진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가칭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계획인데, 특별법에서 사업의 주도권을 누가 갖게 될지가 관건이다. 국회의 다수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실제 김병욱 의원은 김 지사와 동행한 현장에서 자신이 발의한 ‘노후 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소개하며 “특별법을 통해 국토부 장관을 거치지 않고 경기도지사가 신도시 재정비안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국토부(정부)를 ‘패싱’하고 사업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럴 경우 여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돼 여야 다툼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