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준다던 종부세 그대로 낼 판"...야당에 막힌 '종부세' 감면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 상향을 골자로 한 종부세법 개정안의 표류가 길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오는 30일 본회의 이전까지 기재위가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만 참석했다. 이에 따라 1세대 1주택자 등에게 종부세 특례를 적용하기 위한 종부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기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체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의 골자는 △1세대 1주택자 대상 종부세 공제 기준 주택 공시가격 상향(11억원→14억원) △60세 이상 고령자 또는 주택을 5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 대상 주택 상속 또는 처분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 연기 △1세대 1주택자가 저가 상속주택·지방주택을 추가 보유하거나 이사 등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 1주택자 혜택 부여 등이다.

기재위는 지난 23일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별도 조세소위원회 없이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구성하는 것으로 법안 심의 절차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 간사에 합의에 따라 생략할 수 있다. 개정안이 전체회의를 통과하려면 기재위원 총 26명(국민의힘 10명, 민주당 15명, 정의당 1명) 중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15명의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이 "종부세 특별공제는 고가주택을 소유한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명백한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며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달 30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종부세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사실상 올해 종부세 납부분에 대한 특례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법상 특례 신청 기간은 9월 16~30일인데 정기국회 기간(9월 1일~12월 9일) 중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가장 빠른 일정이 9월 27일이기 때문이다.

특례 신청 기간은 '시행령'이 아닌 '종부세법'에 규정됐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늦출 수 없다. 만약 국회가 종부세법을 개정해 특례 신청 기간을 늦추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후 정부가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 신고 서식 등을 정하는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데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특례 신청 안내·접수 기간 부족으로 행정 처리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납세자가 특례 적용이 안 된 고지서대로 우선 세금을 납부하고 종부세법 등의 개정 이후 경정청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납세자가 직접 복잡한 계산을 거쳐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법이 확정(의결)되지 않으면 특례신청 안내 대상자 선정이 어렵고 특례신청도 할 수가 없다"며 "결과적으로 세액을 과다하게 고지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종부세 특례 적용이 차질을 빚을 경우 약 50만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례 적용 대상은 △1세대 1주택자 특별공제 3억원 대상 21만4000명 △고령자·장기보유 납부유예 대상 8만4000명 △일시적 2주택자 5만명 △상속주택 보유자 1만명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지방 저가주택 보유자 4만명 등이다. 해당 납세자 가운데 중복을 제외하면 세제 개편에 따른 영향을 받는 인원은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도 국민들께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돌리는 것을 약속했다"며 "부자 감세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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