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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종부세 개편에 공시가 낮은 주택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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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최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상향되면서 공시가격이 저렴한 매물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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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온 세제 개편안을 보자마자 저렴한 주택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시가격만 아주 낮다면 지방에 주택 한 채 더 마련해도 좋을 것 같네요.” (직장인 A씨)

서울에 공시가격이 7억원가량인 아파트 한 채를 보유 중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수도권 외곽에 빌라를 한 채 더 샀다. 최근 세제 개편안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걱정을 덜어낸 덕분이다. 과거에는 1주택자인 동안에만 종부세 부담(공시가격 9억원 초과)이 없었고, 집을 한 채 더 보유하는 순간 종부세 부과 대상(공시가격 6억원 초과)이 되는 탓에 투자를 꺼려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유한 주택이 여러 채여도 공시가격 합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A씨의 경우 최근 매입한 빌라 공시가격이 1억원 남짓이라 여전히 여유가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21일 세제 개편안에서 종부세 부담 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서울·수도권 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 합이 9억원만 넘지 않으면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데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여러 채를 사더라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아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3억원가량 상향되면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매물을 찾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전세가율이 높아 실제 투자 금액이 적은 데다 다주택자 취득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틈새 투자처로 꼽혔다. 특히 2020년 7·10 대책 발표 후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 조치를 적용받지 않아 2020년 하반기부터 소위 ‘투기 광풍’이 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단속에 나서면서 잠시 거래가 뜸했는데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새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전 정부가 일종의 ‘징벌 과세’로 도입한 다주택자 중과세가 당장 내년부터 폐지된다. 내년 종부세율을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모두 2019년 기준 세율(0.5~2.7%)로 똑같이 적용한다. 그동안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이거나 비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인 다주택자에게는 1.2~6%의 중과세율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앞으로 구매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수가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보유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합리적으로 매기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수십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지방에 저렴한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높은 세율로 종부세를 내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종부세 납부액이 전년과 비교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세 부담 상한’ 역시 그동안은 다주택자(전년 대비 300%)가 1주택자(150%)보다 높았다. 앞으로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150%로 낮춰서 통일한다. 2006년 이후 줄곧 6억원이었던 기본 공제금액이 9억원으로 오른다. 1가구 1주택자의 공제금액도 단독명의일 때에 한해서 12억원을 공제해준다.

▶공시가 3억 이하 주택 인기

▷“1억 이하 주택이면 일석이조”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A씨처럼 추가 매수 기회가 생겼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종부세 기준 완화로 생긴 3억원의 절세 구간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 저가 주택 위주로 사서 채우려는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서도 시세가 저렴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된 지역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수 문의가 급증했다는 전언이다.

서울 관악구는 신림선에 이어 서부선과 난곡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잇따라 몰리면서 들썩대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빌라마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고, 서울·수도권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늘어난 상태라 호가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다”며 “급매물이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금 차이가 작은 매물부터 팔리고 있다”는 게 한 부동산 전문가 얘기다.

관악구 신림동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세제 개편안 발표 이틀 전 관련 문서가 통째로 유출됐는데 이걸 보고 찾아온 손님이 많았다”며 “특히 공시가격 1억원 이하 매물은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아 기존에도 문의가 많았는데 발표 이후 문의가 더 늘었다”고 귀띔했다.

노후 빌라와 아파트가 많은 구로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궁동 ‘우신빌라(현재 815가구)’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대상 단지에 선정되면서 매수 문의가 늘었다. 우신빌라 전용 46㎡는 급매물 기준 5억9000만원, 높게는 7억원에도 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공시가격은 여전히 2억원 초반대다. 일대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겨 취득세가 중과되기는 하지만 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로 3억원 안팎으로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긴 손님의 문의가 많다”며 “다만 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 이후 문의만 많고 실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들려줬다.

1988년 준공돼 올해로 34년 차에 접어든 우신빌라는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규제’에 묶여 그간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2종 일반주거지 7층 규제가 폐지되고 정비구역 지정 소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의 지원 대책을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 사업지에 선정되면서 사업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서울 외 수도권에서도 공시가격이 낮은 주택은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에 있는 ‘주은풍림(총 2615가구)’의 경우 지난 7월 21일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8월 11일까지 아파트 10채가 실거래 등록됐다. 이 아파트는 총 3개 타입(전용 39·49·59㎡)이 있는데 지난해까지는 모든 면적이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이었고 올해는 전용 79㎡만 1억원을 넘겼다. 이 단지는 저가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에만 전체 가구 수(2295가구) 4분의 1에 달하는 558건이 거래됐다.

전국으로 눈을 돌려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의 인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총 2156가구)’에서 매매 거래가 가장 활발한 전용 38㎡의 공시가격은 최고 4520만원 수준이다. 배방읍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배방삼정그린코아는 원래도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피한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인데 종부세 부과 기준이 완화된 덕에 부동산 시장 침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실거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는지에 따라 1억원 안팎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취득세가 기본세율로 저렴하고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 갭투자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내다본다. ‘똘똘한 한 채’를 매입할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조금이라도 세제 혜택이 있는 매물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만큼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는 투자 기대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나중에 제도가 다시 바뀌는 경우에도 문제가 없을 만한 합리적인 투자인지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규제가 완화되거나 바뀌면 수요가 끊겨 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의 경우에도 추가 매수세가 따르기 어려운 만큼 큰 투자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2호 (2022.08.17~2022.08.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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