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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팔수록 적자' 한전 외통수…'요금 현실화' 외치는 역마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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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상반기 적자 14조 '시가총액' 수준…연료가격 상승으로 170원에 사와 110원에 판매

주요국은 상승요인 적극 반영해 판매가 12.3~68.5%↑…한전 "kWh당 33.8원 인상 필요"

뉴스1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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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한국전력 상반기 영업손실액이 1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싸게 사온 전기를 싸게 팔 수밖에 없어 팔수록 적자인 구조가 이어지면서 반기 손실액이 한전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왔다.

16일 한전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액은 31조9921억원, 영업비용은 46조2954억원으로 영업손실액은 14조30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873억원이던 영업손실액이 1년 만에 14조1160억원 늘었다.

손실규모가 이렇게 급증한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전기 요금 상승요인을 실제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발전에 주로 쓰이는 LNG의 상반기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2.7%, 유연탄은 221.7%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12일 기준 1배럴당 96.48달러로 전년(70.42달러)보다 37% 올랐다. 지난 3월에는 122.5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연료비가 상승하며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되는 전력도매가격(SMP)도 지난해 상반기 1kWh(킬로와트시)당 78.0원보다 두 배 이상 오른 169.3원까지 뛰었다.

반면 상반기 전력판매 단가는 1kWh당 110.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9원)보다 소폭 올랐다. 전기를 판매하는 가격이 전기를 사올 때 드는 전력도매가격(169.3원)에 한참 못 미친다. 전력 판매에 드는 다른 경비를 감안하면 원가가 판매가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오는 10월 판매가격이 1kWh당 4.9원 인상이 예정됐지만 이런 구조 하에서는 언발에 오줌누기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나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OECD 평균(1MWh당 170.1유로) 대비 주택용은 61%(1MWh당 103.9유로), 산업용은 88%(1MWh당 94.3유로) 수준의 가격대를 보였다.

해외 전기요금과 격차는 최근 들어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은 연료비 상승 등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있을 때마다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스페인은 전기요금을 전년 대비 68.5% 올렸다. 독일(43.4%)과 영국(33.7%), 이탈리아(55%), 일본(32.3%)도 요금을 잇따라 인상 조정했다. 반면 우리나라 인상률은 5%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요금 부가세, 주민세 등을 인하하거나 취약층을 별도로 지원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한 요금 동결·유보가 아닌 인상과 소비자 지원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셈이다. 연료가격 급등으로 호황을 누리는 민간 발전사들에 대해서도 '횡재세' 개념으로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는 나라들도 있다.

한전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kWh당 33.8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1만1830원이 오르는 요금 인상이다. 1kWh당 1원을 인상할 경우 54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14조3000억원가량인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1kWh당 30원 이상 인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14조3033억원)가 시가총액(12일 종가 기준 14조1874억원)을 넘어선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적자가 한계치를 넘어설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또는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한전 사상 첫 적자 당시에도 정부는 66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2013년까지 적용됐던 총괄원가제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괄원가제는 연료비 등 투입한 원가 대비 판매수익을 비교해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영향이 미미하고 교통비 등에 비해 지출이 낮은 점도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요금 1%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영향은 0.017%p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구당 전기요금은 총 지출의 1.3%(월 4만1000원) 수준으로 통신비(월 15만6000원), 교통비(7만9000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공적요금은 인상을 최소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비용절감, 인력비 감축 등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손실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유가·연료비 상승 등 상승요인이 많은 만큼 요금 합리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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