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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잘못된 존재증명[임용한의 전쟁사]〈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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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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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부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모른다는 걱정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과연 전쟁을 벌일까. 빗나간 미사일이 대만에 추락하거나 우연히 조우한 양국 전투기가 교전을 벌이거나 하지 않는 이상 침공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돌발 상황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대만은 어려운 상대다. 대만 군대가 형편없어졌다는 말이 많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무기 수준도 높다. 무엇보다 대만은 침공하기에 아주 곤란한 땅이다. 동부 산악지대는 험준하기로 손꼽힌다. 최고봉은 거의 해발 4000m다. 이런 험한 지형 탓에 정복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만이라고 하면 당연히 중국의 일부였다고 여기지만, 청나라에 쫓긴 명나라 유민이 들어가 정씨 왕조를 세우기 전까지 대만은 원주민의 땅이었다. 청나라가 침공해 정씨 왕조를 몰아냈지만 이때도 대만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했다.

중국군은 규모는 크고, 온 세상의 ‘짝퉁’ 무기로 무장했지만, 실력은 미지수다. 군기는 엉망이고, 군인의 사명감은 부족하고, 무엇보다 실전 경험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경험 없는 군대가 대규모 전쟁을 벌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었다. 독소전쟁과 6·25전쟁에서 러-중은 경험 없는 군대도 놀라운 전투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그때는 인력을 무한정 투입하던 시기였다. 이제 그런 전쟁은 승리하든 패배하든 권력의 종말을 의미한다. 지금 중국이 미국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하고, 대만해협 봉쇄 훈련을 하는 것은 사실 세계를 향한 시위다. 초강대국 미국이 물러나며 생긴 공백에 자신을 밀어 넣겠다는 신호다.

문제는 이런 존재증명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서양 제국주의만 욕하고 그것만 없으면 세상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떠들면서 19세기 제국주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건 모른다. 앞으로 50년은 자본주의 제국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에 고통받을 것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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