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美매체 "펠로시 中군사활동 자극"…'4차 대만해협 위기'될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전문가 "대만 무력 통일시 적용 가능한 군사훈련"…중국, 반도체 제외한 대만 식품류에 경제 보복]

머니투데이

관광객들이 4일 대만 핑탄섬 위에 중국 군용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다. 이날 정오 중국은 대만 섬을 에워싸는 형태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폭풍이 상당하다. 중국군은 그의 방문 다음날인 4일 정오(현지시간)부터 사흘 일정으로, 전례없는 '전면 봉쇄 모델'에 따라 실사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강화'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중국의 군사행동을 더욱 자극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대만 포위해 6개 해상·공역서 '전면 봉쇄식' 군사훈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방문은 중국의 군사 활동을 대만의 영해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미중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발화점'인 대만 섬이 앞으로 더 큰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WSJ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중국군의 훈련은 대만의 영해를 침범하고, 대만을 봉쇄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격리' 조치가 시행된다면, 반도체 등 영역에서 대만의 역할을 고려할 때 전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4~7일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6개 구역의 해상과 공역에서 실시되는 이번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군사훈련은 '전면 봉쇄 모델'로, 중국이 앞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사용가능한 옵션일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사실상 '대만 통일 군사 작전' 시나리오를 시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 중장 출신의 군사전문가인 솨이화민은 지난 3일 중국 관영 환추왕에 "중국군이 설정한 훈련 구역으로 볼 때 대만의 주요 항구와 주요 항로를 위협해 대만을 전면 봉쇄할 수 있다"면서 "이런 봉쇄 형식은 향후 무력 통일을 감행할 때 행동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군 훈련 지역 좌표를 분석해 중국군이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할 경우, 수도 타이베이와 지롱항 근처 북쪽 해역과 가오슝에 인접한 남쪽 해역을 침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차 대만해협 위기 때보다 수위 높아…합동작전 능력 과시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무력과시가 1995~1996년 대만해협 군사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4일 정오부터 시작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은 대만을 에워싼 형태로 6개 구역에서 7일 정오까지 실시된다. 공개된 지도를 살펴보면 6개 구역 중 3개 구역은 대만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이다. 또한 1개 구역은 대만 가오슝 해안과의 거리가 20㎞ 이내로 매우 가깝다. 과거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보다 지리적 위협 수위를 바짝 끌어올린 것이다.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때 중국군의 훈련은 상륙작전에 초점을 둔 반면, 이번 훈련은 육·해·공 3군의 합동작전 능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중국 전문가 테일러 프래블 교수는 "이번 훈련은 범위뿐만 아니라 규모 측면에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는 장사정포 포격,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부 바다에 떨어지는 미사일 발사 등이 훈련 일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했던 지난 2일 중국군은 젠-11 전투기, 젠-16 전투기 등 21대의 군용기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고, 이어 3일에도 27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ADIZ에 진입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간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 전투기가 이 선을 넘으면 불과 수 분 만에 대만 땅에 닿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사대결의 가능성은 펠로시 의장이 떠난 지금부터"라며 "중국의 군사훈련은 3차 대만해협 위기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펠로시 의장이 떠나면서 대만은 4차 대만해협 위기로 확산할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이러한 무력 시위를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 비난했다.


中, 대만산 과일·생선·과자 수출입 중단 등 경제보복

머니투데이

(핑탄 AFP=뉴스1) 박기현 기자 =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의 군용 헬기가 지나가고 있다. 중국군은 이날 낮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무력 과시뿐 아니라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3일부터 대만에서 자몽, 오렌지 등 감귤류 제품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등 일부 해산물이 수입되는 것을 금지했다. 또 30여개 대만 기업이 생산하는 과자와 음료 등 일부 가공식품 수입을 막았다. 아울러 중국은 건설 자재, 반도체 웨이퍼 원료 등으로 쓰이는 모래의 대만 수출도 막았다.

중국은 유해 물질 검출, 행정 등록 규정 위반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춰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다만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첨단 전기·전자산업이 중국의 전체 산업 공급망에서 핵심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제 보복은 식품류에 그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반드시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