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2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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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강제매각)라는 것은 일본 기업 자산이 실제로 넘어가는 상황을 의미하고, 넘어가게 되면 일본이 보복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2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의 이같은 발언을 공개했다. 이 국장은 지난달 28일 광주를 찾아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모임과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외교부는 면담에서 지난달 26일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아 낸 두 할머니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진행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등에서 강제 노역을 한 양 할머니 등 피해자 5명에게 각각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을 이행하지 않자 피해자들은 2019년 3월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권과 특허권을 압류해 특별현금화명령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의 특별현금화명령에 미쓰비시중공업은 재항고까지 진행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간 이 사건은 조만간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대법원이 특별현금화를 결정하면, 압류된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은 법원 경매로 매각이 진행된 뒤 피해자들에게 배당된다.
90세가 넘은 고령의 피해자들이 사과도 없는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을 매각, 배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실제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가 갑자기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단체들은 “강제집행을 방해할 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에 대해 이 국장은 “민간협의회에서 당자사 간에 교섭, 중요성 등을 감안해서 이것을 일본에 충실히 전달하고 있고 일본과 여러 외교적 교섭을 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현금화명령 관련해서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는 요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겠다며 이달초 민관협의회를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피해자 지원단체 측은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이 먼저”라며 민관협의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외교부가 ‘대안적 해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추상적 계획을 보여주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이라면서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인 정부가 사인과의 재판에 의견서를 내면서 법원도 정부의 입장을 무게감을 갖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재판에)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시민모임과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피해자들의 지난한 권리실현에 재를 뿌리는 행위이며 사법제도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외교부는 강제집행 절차를 지연시키는 조치를 전면 중단하고 제출된 의견서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대법원은 신속하고 적법하게 강제집행 절차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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