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해 12월 11억5000만원(5층)에 거래됐다가 올해 5월에는 10억5000만원(9층)에 주인을 찾았다. 은평구 증산동 ‘DMC센트럴자이’ 전용 84㎡의 분양권도 지난해 9월 17억2000만원(27층)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15억2650만원(17층)에 팔렸다.
반면 강남구에서는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59㎡ 조합원 입주권이 지난 6월 20일 21억1343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보다 4개월여 전인 지난 2월 20억8329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3000만원가량 더 올랐다. 지난 7월 말에는 전용 84㎡ 입주권이 26억7910만원에 거래돼 한 달 전 최고가(26억1342만원)를 또 한 번 경신했다.
다만 신고가를 경신하고도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 단지 매물 중 ‘급매’가 나타나기 시작해서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7월 28일 기준 이 단지에는 매물 58개가 등록돼 있었다. 전용 59㎡ 매물만 18개였다. 이 중 21억원 중반~23억원에 호가가 형성된 5개 매물을 제외하면 전부 이번에 거래된 것보다 낮은 가격이다. 호가가 20억원 초반인 일부 매물에는 ‘급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동안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나,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입주권은 ‘똘똘한 한 채’ ‘불패의 한 채’로 통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 시장이 주춤한 동안에도 분양권·입주권 몸값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러나 올 상반기 들어 매매 거래량이 뚝 감소하면서 분양권·입주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총 46건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57건)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는데 그나마도 2020년 같은 기간(480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017년 상반기(5763건)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큰 폭의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분양권 거래가 급감한 데는 전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분양권 전매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분양권도 1주택으로 간주해 각종 부동산 세금을 중과한 것도 분양권 거래 시장이 위축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아파트가 분양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양권·입주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었지만 지난 2016년 11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경기도 과천 지역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금지됐다. 이후 2017년 6월에는 이 금지 지역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고,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 시작하면서 거래가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올 들어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분양권·입주권 매입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권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클 때 선점하는 개념”이라며 “규제 정책 영향도 있지만 웃돈을 주고 투자해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에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입지 좋은 곳 분양권·입주권은 여전히 내집마련 수단으로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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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분양권 어디?
▷흑석·아현·미아·용두 재개발지
반면 일각에서는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고 청약 문턱은 높은 만큼 인기 지역 분양권·입주권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권 같은 인기 주거 지역에서는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이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거나 점차 몸값을 올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입주권의 경우 올 3월 38억7407만원(18층)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 입주권이 지난해 8월 33억5000만원(27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7개월여 새 5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래미안원베일리 맞은편 ‘반포르엘’은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당시 약 16억원대에 분양된 전용 84㎡ 입주권이 최근에는 38억~40억원대에 시장에 나와 있다. 분양가보다 약 24억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앞으로 분양권·입주권 물량이 나올 만한 인기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현재 분양권과 입주권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지역은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아현동, 강북구 미아동 등 정비사업이 한창인 지역 등이다. 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강남구 개포지구, 서초구 반포지구 등에서도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한강이남 지역 간판 재개발지인 흑석동에서는 ‘흑석리버파크자이(총 1772가구)’를 눈여겨봄직하다. 흑석3구역을 재개발한 이 단지는 내년 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최근 전용 84㎡ 호가가 낮게는 18억7300만원에서 높게는 2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최초 분양가가 최저 9억110만원에서 최고 10억59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웃돈이 10억원가량 붙었지만 새 아파트가 유독 적은 일대에서 ‘아크로리버하임(총 1073가구)’ 이후 가장 최근에 지어진 단지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단지 앞으로 한강이 흐르고 옆으로 서달산과 국립서울현충원이 있다.
강남권 재건축 매물을 찾고 있다면 서초구 반포지구에 기회가 있다. 반포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르엘(총 596가구)’의 경우 최근 전용 97㎡ 분양권 매물이 39억~43억원에 나와 있다. 이 단지는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9호선 고속터미널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등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변에는 서울성모병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있다.
강북에서는 마포구 아현2구역을 재건축하는 ‘마포더클래시(총 1419가구)’에서 조합원 입주권이 나오고 있다. 아현뉴타운에서 유일한 재건축 단지인 마포더클래시는 오는 10월 후분양에 나설 예정. 전용 84㎡ 기준 일반분양 물량은 53가구밖에 되지 않는 데 반해 오는 8월 말부터는 조합원 입주권 전매 제한이 대거 풀릴 예정이라 입주권 매수 문의가 많은 지역이다. 아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착공일인 2019년 8월 29일 이후 3년이 되는 날 조합원 입주권 전매 제한이 풀린다”며 “청약 당첨 확률이 낮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라면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총 1045가구)’에서 조합원 입주권을 찾아볼 만하다. 올 초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34.43 대 1을 기록하며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다. 우이신설선 삼양역을 끼고 있고, 지하철 4호선 미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이 12억65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일반분양가가 평균 10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웃돈으로 2억6000만원가량을 더 줘야 하는 셈이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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