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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우영우 팽나무’ 관광객 몸살···주민들 ‘훼손될까’ 노심초사[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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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여명 거주하는 작은 농촌마을

드라마 인기에 하루 200~300명 방문

창원시 “점검 후 울타리 설치 등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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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 팽나무.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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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에서 지난 26일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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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화제를 모은 경남 창원의 팽나무를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자칫 나무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창원시는 긴급하게 울타리 설치 등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팽나무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은 3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당근·멜론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북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강 건너편에는 한때 동남권 신공항 건설 예정지로 거론됐던 밀양 하남읍 들판이 펼쳐져 있다. 팽나무는 이 마을의 당산나무다.

평소 한적했던 시골 마을이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하루 평균 200~300명이 방문하고 있다. 동부마을 한 복판에 위치한 이 팽나무는 방영 중인 16부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8화에서 극 중 ‘소덕동 당산나무’라는 이름으로 비중 있게 등장했다. 극 중에서 도로 개발에 얽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가 주인공의 활약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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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팽나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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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동부마을은 지난 26일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부산·통영 등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마을 입구 골목에는 팽나무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 글이 고래그림 등과 함께 내걸려 있었다.

가족·연인·친구과 함께 온 관광객들은 나무를 배경으로 인증사진과 동영상으로 추억을 남겼다. 일부 관광객들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뜨거운 볕을 피해 휴식을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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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로 가는 길목에 그려진 고래 벽화.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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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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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마을 입구에 그려진 고래 벽화 앞에서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래 벽화는 최근 마을부녀회원의 한 자녀가 방문객들을 위해 사흘 동안 그린 작품들이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이렇게 큰 팽나무는 처음 본다” “옆에 탁 트인 낙동강과 들판이 있어 마음도 트이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통영에서 온 유모씨(53)는 “아내가 드라마에 나온 팽나무를 보고 싶어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며 “마을마다 있는 당산나무는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이기도 했다”며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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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옆에 있는 정자와 낙동강 변.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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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옆에 있는 정자와 낙동강 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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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 사는 김모씨(73)는 “시골 마을에는 마을 수호신처럼 당산나무가 하나쯤은 있는데 동네 어르신과 다름없다”며 “겸사겸사 아들이 잘되게 해달라고 오늘 빌러 왔다”고 말했다. 동부마을 부녀회 관계자는 “경치가 좋아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특히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모여 보호수를 함부로 만질 수도 있어 팽나무가 훼손될까 봐 우려도 했다.

이 나무는 동부마을 탁 트인 야산 정상에 있으며 2015년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에 달하며 507년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했다. 이 팽나무는 경남지역 팽나무 보호수 139그루 중 741년 된 팽나무(고성군 거류면) 다음으로 두 번째로 오래된 나무이다.

마을 주민은 예로부터 음력 10월 1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려왔다. 기원제를 준하는 기간만 해도 한 달가량 걸렸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 줄면서부터는 인근 사찰에서 기원제를 대신 올리고 있다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 관계자는 “나무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정도를 정밀점검하고 울타리 설치 등 보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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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와 정자.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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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에서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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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동부마을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이어 마을주민, 지자체와 함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팽나무는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장수목이다. 오래되고 큰 나무(노거수)들은 마을의 당산나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팽나무는 경북 예천군 금남리 황목근과 전북 고창군 수동리 팽나무 등 2그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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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창원 동부마을 팽나무 앞에 펼쳐진 낙동강 변.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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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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