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량 연 74.4톤 불과·사체 반입도 금지
어민들 바다로 버려… 죽은 참치로 '몸살'
대형 어종인 참치 수백 마리가 28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가에 죽은 채로 떠밀려 와 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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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허용된 양이 하루 만에 다 들어오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29일 오전 경북 영덕 강구항에서 만난 한 어민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그물 속에 참다랑어(참치)가 가득 찬 사진을 내밀었다. 그는 “30년간 고기를 잡았지만, 물이 찬 동해에 따뜻한 물에 사는 참치가 이렇게 많이 잡히기는 처음”이라며 “이상기온 탓에 많게는 하루 1만 마리 이상 걸려들어, 버리는 데도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영덕과 포항, 경주 등 경북 동해안에 남태평양에서 주로 서식하는 난류성 어종인 참치가 어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몰려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멸치나 고등어를 잡기 위해 바다에 설치한 정치망에는 하루 수천 마리에서 많게는 1만 마리의 참치가 걸려들고 있다. 참치 한 마리 무게가 5~10㎏인 점을 감안하면, 많을 땐 수십 톤씩 잡히는 셈이다. 하지만 허용된 어획량은 연간 74.4톤에 불과하다. 더구나 참치 사체를 육지로 반입하는 것도 금지돼, 어민들은 그물에 걸려든 참치를 전부 바다에 버리고 있다.
경북 영덕지역 어민들이 영덕군 강구항 앞바다에서 정치망에 걸려 죽은 참치를 버리고 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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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덕군은 영덕군 남정면 장사해수욕장에 죽은 참치 수백 마리가 떠밀려 와 폐기물 처리에 곤욕을 치렀다. 군청에는 “썩은 참치가 나뒹굴고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군에서 이틀간 처리한 참치만 25톤 덤프트럭으로 3대 분량에 달했다.
어민들은 이상기온 탓에 한류인 동해에 참치가 대량 출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 구룡포항의 한 어민은 “제주 바다에서 잡히던 방어와 자리돔이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게 이제 특이한 일도 아니다”며 “어장지도와 지역 특산물을 싹 바꿔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어민들은 기후변화로 참치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허용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협약에 따라 국내서 허용된 참치 어획량은 연간 870톤에 불과하다. 이중 대부분을 서·남해의 선망어업이 차지해 동해안 정치망은 연간 74.4톤만 잡을 수 있다. 이마저도 당초 24.4톤이 배정됐으나 너무 많이 잡히는 탓에 50톤이 추가된 것이다.
대형 어종인 참치 수백 마리가 28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안가에 죽은 채로 떠밀려 와 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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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 어민들은 조만간 상경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호소할 계획이다. 영덕 강구자망협회 관계자는 “죽은 참치를 저가 사료용으로 팔 수 있게 해주면 적어도 해상 투기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상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허용량을 완화하는 등 하루빨리 현실에 맞게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덕=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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