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워싱턴서… 양국 외교·경제장관 참석 ‘中견제’ 강화
반도체 공급망이 핵심 의제로
一帶一路 대응 투자기준도 제시
인권을 경제 원칙으로 내세울 듯
달 탐사 등 우주분야 협력도 다뤄
국가 간 관계에서 통상 2+2 회의는 양국의 외교와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체를 지칭한다. 미·일은 2+2 회의 시스템을 이번에 경제 분야까지 확대한 것이다. 양국의 동맹 관계가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양국 정부는 더 이상 외교안전보장과 경제 문제를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공동 인식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회의는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망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양국 장관들은 민주주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글로벌 경제 도전에 대응하며 개방적, 포용적,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자유 시장 경제 규범을 따르지 않고 경제적 강압 행위를 일삼는 중국을 견제해 경제 패권 확장을 막고, 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질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구체적인 의제와 관련, 하기우라 경산상은 “공급망이나 신흥 기술을 둘러싼 경쟁 등에서 경제 안보를 둘러싼 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언론도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공학과 같은 미래 첨단 기술의 선제적 확보와 공급망 안전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사전 입수한 의제안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의 견제 방안, 인권침해와 연관된 물자의 수출입 금지 등이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일 공통의 첫 관심사는 스마트폰에서 미사일까지 모든 전자기기를 움직이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이다. 미·일이 상정하는 ‘반도체 공급망’ 구상에는 한국·대만도 포함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생산은 현재 대만·한국·중국 비중이 높다”며 “대만에서 (전쟁과 같은) 유사 사태를 가정할 때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분산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자는 논의가 이번 2+2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일은 경제 2+2를 통해 투명성과 지속성, 친환경의 원칙 위에 선진국이나 경제 대국이 개발도상국의 도로나 항만과 같은 사회 인프라에 투자할 때 지켜야 할 기준도 제시할 계획이다. 채무국이 돈을 변제 못 할 경우에 대응 방식도 여기 포함된다.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를 직접 겨냥한 조치다. 미국·일본의 투자 원칙이 명확하면 개발도상국이 중국의 돈을 덥석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인권’을 경제 원칙의 하나로 내세우는 것도 중국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아직 인권침해를 이유로 수출입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지만,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등을 통해 중국의 인권침해를 이용, 생산한 의류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5월 얼굴 인식 기술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미국의 인권 원칙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판 2+2에서는 우주 분야의 미·일 공동 연구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나사(NASA)의 넬슨 국장이 10월 일본을 방문, 미일 달 탐사 공동 협력안에 서명할 계획”이라며 “우주 분야의 미일 협력이 궤도에 오르는 계기”라고 보도했다.
다만 너무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다 보니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다양한 의제는 리더십 공유에 익숙하지 않은 정부 당국자들 간 전례 없는 협력 노력을 요구할 것이고 민간 분야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CSIS의 크리스토퍼 존스톤 일본 석좌는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과의 경쟁, 경제적 강압에 맞설 역량 확보 등을 논의할 고위급 포럼의 발족은 긍정적 전개”라면서도 “새로운 포럼이 그렇듯 실질적 계획이 정의돼야 한다”고 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