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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세계 최고 나전칠기 명장들의 수작을 모았다…통인화랑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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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장인·'미래의 명장' 등 12명 출품…8월 21일까지 전시

"천년 이어진 맥 끊어질까 걱정…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켜야"

연합뉴스

'명장과 미래의 명장' 전시 전경 [통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나전칠기(螺鈿漆器)는 전복 등의 껍질인 자개를 잘라 붙이는 '나전'과 옻칠을 한 기물인 '칠기'의 합성어다.

나전칠기 공예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고대부터 이뤄졌지만, 고려의 나전은 세밀하고 화려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겨진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도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개최한 '나전칠기 특별전(Shell and Resin: Korean Mother-of-Pearl and Lacquer)'에서 한국의 나전칠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 특별전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을 만든 무형문화재 장인과 명장의 길을 걷는 작가 등 12명의 수작을 한 곳에 모은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27일부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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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현 경대 부분 [통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 기법을 재현하거나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은 자개의 찬란한 빛과 옻칠의 깊은 색감으로 가득 찼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특별전에서 극찬을 받은 손대현 명장은 이번 전시에선 함과 경대를 선보인다. 작두로 자개를 실처럼 잘라서 끊어가면서 붙이는 고려의 기법인 '끊음질'로 만든 경대는 오묘한 빛을 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리뷰 기사에서 손대현의 '팔각모란문기'를 묘사하면서 '입이 떡 벌어지는'(jaw-dropping), '매우 믿기 힘든'(more astonishing) 등의 형용사를 동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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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현 팔각모란문기 [수곡공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서울시 무형문화재 나전장 정명채, 대한민국 칠기 명장 배금용, 채화칠기장 최종관, 나전장 이형만·김선갑 등 명장들도 대표작을 선보인다.

아울러 배금용 명장의 아들이자 전승교육사인 배광우를 비롯해 이선주, 양성근, 석문진, 송예진, 신선우 등 '미래의 명장' 6명이 나전칠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6년 개최한 '박물관 보존과학 40주년 기념특별전'에서 재현 제작을 맡았던 배광우는 고려 나전모란당초문경전함을 재현한 작품을 출품했다.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고려도경(1123년)에서 '극히 정교한(極精巧)',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細密可貴)'라고 평가한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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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우 나전모란당초문경전함 [통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인화랑은 2019년부터 전통 공예를 조명하는 기획전 '명장과 미래의 명장'을 열어왔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개막 전 전시장에서 만난 명장들은 천년 넘은 나전칠기 공예의 맥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손대현 장인은 "나전칠기는 감히 외국에서 흉내를 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전통 공예 기술로서는 세계 최고"라며 "어깨에 정말 무거운 짐을 진 미래의 명장들이 더욱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4년까지 배재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정명채 장인은 나전칠기 관련 대학 교육이 없어지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아무리 우수해도 체계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년 전 대학에서 채화칠기 강사를 했던 최종관 장인 역시 "대학에서 (나전칠기를) 가르치지 않으면서 청와대에서는 국빈 선물용으로 나전칠기를 많이 사가는 모순이 있다"며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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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우 나전귀갑문함 [통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이들은 전통 기법을 지키되 현대적 감각을 반영해야 나전칠기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대현 장인은 건칠 기법으로 달항아리도 만든다고 소개했으며 최종관 장인은 자녀와 함께 옻칠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현대적 디자인을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광우 작가는 장롱이나 문갑 등 나전칠기 가구 수요가 거의 사라진 현실을 반영해 회화적 성격을 갖는 부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통인화랑 이계선 관장은 "전통을 잇는 명장의 작품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나전칠기 공예문화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은 8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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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채 나전호접국화당초문함 [통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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