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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高물가·원자재亂…상장사 3분기 이익 전망 한달새 6.6%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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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의 증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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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임박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3분기 이익을 전망하는 수준이 더욱 가파르게 선제 조정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공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팀목 역할을 해줄 기업 실적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89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0조4211억원으로 예상됐다. 한 달 전 집계한 예상치인 53조9717억원보다 6.6% 하락한 규모다. 전체 조사 기업 중 54%(102곳)가 이익 수준이 하향됐다. 전년 동기(51조9152억원)와 비교해서도 2.9% 역성장이 예상된다. 상장사들이 2분기 실적을 속속 내놓는 가운데 주가는 기업들의 3분기 가이던스(목표치)와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정보기술(IT) 분야 부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4조6944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집계한 17조2161억원보다 14.6% 하향 조정된 규모다. 전년 동기(15조8175억원)보다도 7.1%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이달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한 달 동안 4조7720억원에서 4조1018억원으로 14% 하락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에도 할인을 받고 있는 것은 주력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가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과점화된 D램 산업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전 등 내구소비재 업종도 원자재 비용 부담과 소비 둔화라는 겹악재가 길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이익이 역성장한 LG전자는 3분기에도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개월 전의 1조1303억원에서 9794억원으로 13.3% 내렸다. 3개월 전(1조2477억원) 대비 변동률은 -21.5%에 달한다. 연일 치솟는 달러도 부품을 달러로 구매한 후 현지 통화로 완제품을 판매하는 LG전자 등 가전업체에 불리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사업 부문이 소비 둔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소비재로, 하반기 경기 부진에 따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도 소비 위축의 집중 타격을 받은 업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개월 전의 3438억원 대비 66.3% 줄어든 1157억원으로 예상됐다. TV 등 제품에 사용되는 패널의 수요 감소가 뚜렷한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패널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주도 이익 눈높이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이들 회사가 속한 금속 및 광물 업종은 이익 수준이 한 달 전보다 9.1%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영업이익 예상치가 11.3%(1조9440억원→1조7239억원) 줄었다. 풍산(-15.8%) 세아베스틸지주(-13.1%) 고려아연(-6.3%) 등도 이익 규모 조정폭이 컸다. 하반기 철강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가 부담 지속으로 스프레드가 둔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구매한 비싼 원재료가 3분기에도 일부 투입되면서 포스코의 원재료 투입단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7월부터는 후판과 열연 등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실시하면서 스프레드 축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건설(-5.5%)도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인한 이익 훼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DL이앤씨(-9.6%) GS건설(-7.6%) 현대건설(-6.2%) 대우건설(-2%) 등 주요 건설사의 3분기 이익 전망이 악화됐다. 건자재 비용이 고공행진하며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도 꺾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깃들고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 등 업계에서 발생한 파업은 공사 차질로 이어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발표가 예정된 2분기 실적도 계속 조정되고 있다. 상장사 195곳의 올해 2분기 실적 예상치는 한 달 전 52조2922억원에서 1.9% 하락한 51조3051억원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32.5%) 코스맥스(-20.5%) 등 화장품 종목은 중국 시장 위축의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건설(-14.5%)과 게임 소프트웨어(-12.7%)도 부진이 예상됐다. 펄어비스(-25.7%) 엔씨소프트(-12.1%) 크래프톤(-11%) 등의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하락했다.

연간 실적 전망도 비슷한 추세다. 상장사 243곳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238조2117억원에서 230조1114억원으로 한 달 새 3.4% 쪼그라들었다. 절반보다 많은 133곳의 영업이익 예상치가 한 달 새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63조504억원에서 56조7260억원으로 9% 하락했다. 효성화학(-52.2%) 롯데케미칼(-16%) 등 화학 업종도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부진이 예상됐다. 후판 가격과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는 조선 업종은 8828억원 적자에서 1조3049억원으로 한 달 새 적자폭이 4000억원 넘게 확대됐다.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증권(-11.3%)도 이익 전망이 한 달 사이에 큰 폭으로 줄었다. NH투자증권(-11.9%) 미래에셋증권(-9.9%) 키움증권(-7.1%) 등 순으로 조정폭이 컸다.

자동차회사들 실적이 잘 버티고 있는 점은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2조376억원에서 2조145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3% 증가했다. 기아도 1조6210억원에서 1조7415억원으로 7.4% 늘었다. 둘은 3개월 전과 비교하면 각각 13.5%, 14.3% 상향 조정됐다. 올 하반기에 완성차 생산량은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생산 차질로 이연된 수요가 많은 만큼 경기 둔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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