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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더 이상 못 버티겠다” 반토막 난 비트코인에 장기투자자들도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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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초 코인 투자를 시작했던 김모(33)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모두 손절했다. 처음 투자할 때만 해도 고공행진하던 코인이 지난 해부터 하락하자, 김씨는 물타기(평균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 매수하는 것)에 나섰다.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하락하는 코인 가격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김씨는 “처음 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계속 사들였다”면서 “그러나 가격이 계속 떨어졌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물타기를 했지만 손실액만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결국 1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코인을 모두 청산했다”면서 “앞으로 회사나 열심히 다니려고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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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가상자산 대장격이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을 손절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이 50% 넘게 하락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비트코인을 떠받치고 있었던 장기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이 단기간에 반등하긴 힘들다고 조언했다.

14일 오후 1시 22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35% 오른 2만154달러를 기록 중이다. 간밤에 미국에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자 불확실성 해소로 소폭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 하락한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57% 넘게 하락했다. 올 1월 1일 4만7000달러 선이던 비트코인은 현재 2만 달러대로 급락했다. 지난 달에는 1만8000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을 떠받치고 있었던 장기투자자들이 하나둘씩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박모(34)씨도 최근 가상자산을 전부 손절했다. 박씨는 “지난해 초 지인이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말을 듣고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현재 6000만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결혼은 포기했고, 빚까지 내기는 싫어 최근 다 손절했다”고 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코인 장기보유자가 코인을 매수한 가격과 이를 처분한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인 ‘장기보유자들의 이익과 손실 실현 비율(LTH-SOPR)’은 0.6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LTH-SOPR은 1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장기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뜻이고, 1 이하면 손실을 실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이 0.67이라는 것은 장기투자자들이 코인을 손절하고 있고, 손실률은 평균 33%라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투자자의 매수원가 아래로 내려가 이들이 아직 처분하지 않은 코인의 미실현 손실도 14%에 달한다.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었던 기관의 투자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코인시장 기관 투자 현황을 집계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캐나다의 Purpose Bitcoin ETF는 지난 달 순매도액 규모가 3억44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달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3일(현지 시각) 캐시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아크 21셰어즈 비트코인 ETF(ARK 21Shares Bitcoin ETF)’의 승인을 다음 달 30일로 연기했다. 아크 사는 지난 5월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SEC는 당초 이달 16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아크 사는 지난 3월 한차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거부당한 바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그레이스 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거부됐다.

SEC는 시세 조작 가능성이 있고 상품 출시 체계나 적용 법안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하는 영역이 정확히 구분돼있지 않아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면서 “기존 SEC의 보수적인 입장을 감안해볼 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안이 정립되고 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비트코인이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가상자산은 투자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자문위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단기간에 오를 만큼 자체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몇 달 안에 흥미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하면 자체동력이 발생해 비트코인이 반등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에 상승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비트코인의 하락장은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이 발단이라는 점에서 2018년 말~2019년 초 하락과 비슷하다”면서 “연준의 긴축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올해 4분기나 돼야 하락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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