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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쓴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에너지·식품 가격이 견인했다. 6월 들어 급등한 휘발유 가격과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식료품 가격이 그대로 물가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광범위한 물가 상승 현상도 포착됐다.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통화 긴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경기 침체 공포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항목 가운데 에너지 부문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6%나 치솟았으며,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59.9% 급등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11.2%나 올라 전월비 기준 4월(-6.1%), 5월(4.1%)에 이어 상승폭이 크게 뛰었다. 식품 가격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0.4% 급등해 4월(9.4%), 5월(10.1%)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다만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1% 올라 전월비 기준 5월(1.2%)보다 상승폭은 둔화됐다.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도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특히 임대료의 경우 전월 대비 0.8% 상승해 1986년 4월 이후 월별 증가율로서는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인플레이션 수치는 물가 압력이 경제 전반에 걸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물가 성적표를 받아든 연준은 확고한 물가 억제 기조에 따라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날 CPI 발표에 앞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0.75%포인트를 넘어 1%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11일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수치가 연준 목표(2%)에서 훨씬 멀어질 경우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경우 시장에서 제기됐던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서치 회사 매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스의 로라 로스너 워버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심각한 경기 침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선 12일 IMF도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추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IMF는 지난달 24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으나, 3주 만인 이날 2.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1.7%에서 1%로 내렸다. 2024년 성장률은 1.2%로 예상했다. 앞으로 3년간 미국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된다고 내다본 것이다.
특히 IMF는 2022년 미국 경제성장률로 작년 10월 5.2%를 제시했다가 올해 1월(4%), 4월(3.7%), 6월(2.9%)에 이어 이날 2.3%까지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이번 수정안에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최종치(-1.6%)와 소비지출 감소 추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IMF는 올해 미국 실업률을 기존(3.2%)보다 0.5%포인트 오른 3.7%로 예측했고 내년 4.6%를 거쳐 2024년과 2025년에는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제시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실업률이 상승하는 전형적인 불황의 단면이다.
IMF는 코로나19 위기에서의 급격한 반등이 미국 명목임금과 물가 급등을 불러왔으며 가격 압박이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IMF는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물가 상승을 효율적으로 늦추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대유행 지속, 공급난 등 난관을 감안할 때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려는 것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개발도상국들이 채무 불이행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선진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 표시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진 개발도상국들의 세 번째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전날엔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추락하며 세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8.1% 급락한 배럴당 95.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배럴당 94.29달러) 이후 약 세 달 만에 최저치다.
[최현재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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