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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때려 숨지게한 30대에 "잔혹범행은 아니다"…2심도 7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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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교제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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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을 하다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강경표·원종찬·정총령)는 13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7개월째 교제 중이던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황씨는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여일 만에 숨졌다.

이날 재판부는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여러 차례 강하게 폭행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라면서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펼쳐진 앞날을 경험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면서 “유족들은 가늠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망 원인이 된 뇌출혈이 이씨의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황씨가 쓰러진 뒤 이씨가 황씨의 몸을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머리를 바닥에 떨어트리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주막하 출혈을 외상으로 인한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2회 떨어트린 것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외부 충격은 결국 폭행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황씨의 머리를 직접 가격했다고 추정할 근거는 없어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황씨의 유족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황씨의 어머니는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시고 사건을 조금만 더 진실되게 바라본다면 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하는지가 나온다”라면서 “대법원에서는 아이의 사망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1심은 “이씨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자신을 따라 나온 황씨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이씨가 황씨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 사인이 다르다”며 “의도적으로 황씨를 살해하거나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이씨가 유족과 합의하거나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있다”며 “피고인의 무자비한 폭력 행위로 인해 연인관계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 원심에서 정한 징역 7년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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