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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욜로’ 시대에···하루 지출 ‘0원’, SNS에서 인기 끄는 ‘무지출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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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3일 유튜브에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자 일상을 공유한 영상들이 검색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반백수 김절약씨·헤그랑·젊부life·자취린이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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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충동구매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근데 안 사면 할인율 100%잖아요.”


직장인 김소진씨(33)는 2주 전부터 일주일에 3일은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무지출 운동’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마다 습관처럼 샀던 프랜차이즈 커피 대신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산 티백커피를 마신다. 점심은 팀원들과 법인 카드로 해결하고, 지인과의 약속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퇴근 후엔 주말에 장 봐둔 식자재를 활용해 식사를 차려먹는다. 김씨는 “무지출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배달 앱을 삭제한 일”이라며 “가공식품보다는 직접 요리를 할 수 있게 고기, 야채 등 식재료 위주로 사고, 한 번 국을 끓이면 3~4일은 나눠 먹을 수 있게 많은 양을 준비한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를 극단으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엄밀히 따지면 교통비 등 고정지출은 계속 나가는 셈이지만, 김씨는 “교통비 외에는 소비를 위해서 카드를 긁거나 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소비가 허락된 날도 장을 보는 날은 5만원, 그 외엔 하루 1만원 이상 소비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한다. 무지출 운동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불안’이라고 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돈 쓰기가 무서워진 것도 사실이고요. 불안감도 큰 것 같아요.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일단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돈은 계속 모아갈 예정이에요.”

휴학생 정모씨(24)는 한 달 전부터 ‘만원의 행복’을 실천 중이라고 했다. 2008년 종영한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일주일을 만원권 지폐 한 장으로 버티는 내용을 담았다. 정씨는 “요즘 시대엔 만원으로 냉면 한 그릇도 못 먹는다”며 “일주일에 만원 사용은 꿈도 못 꾸고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만원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적게 쓰기’를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선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최근 물가도 오르고 장사가 안 된다고 하셔서 용돈 받던 걸 중단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다보니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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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한 모습. 하루 소비를 인증한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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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는 하루 지출 ‘0원’을 인증하는 글과 영상이 이어졌다. 무지출 일상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전문 유튜버도 등장했다. 한 유튜버가 올린 ‘일주일 무지출 챌린지’ 영상은 조회수 33만회를 기록했고, ‘나도 실천해보겠다’ ‘응원한다’ ‘대단하다’ 등 댓글이 500여개 달렸다. 정씨는 공개된 SNS에 인증글을 올리지는 않지만, 하루 소비량을 인증하는 ‘인증방’에 가입했다고 했다. 그는 “저처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7명 정도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이라며 “저녁 10시에 하루 지출 내역을 인증한다. 카드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하루 이용내역을 캡처해서 올리면 된다”고 했다.

무지출을 실천하는 이들은 “현재 상황이 마냥 우울하고 힘든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0대 직장인 A씨는 “돈을 아끼기 시작하면서 삶이 좀 팍팍해진 건 맞지만 돈을 아끼고 싶은 제 의지가 더 크다”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돈 아끼는 중이라고 말하면 다들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분위기다. 티끌모아 태산이지만 그래도 돈이 조금씩 통장에 모이는 걸 보면 뿌듯하고 보람도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가 벌이는 무지출 운동은 과거 ‘자린고비’로 인식되던 절약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한때 ‘욜로’ ‘플렉스’라는 단어의 유행과 함께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게 자랑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본인의 미래와 성장을 대비하는 하나의 전략으로써 ‘무지출’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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