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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매출 증가 상권 ‘톱10’…1위는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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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 1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 명실공히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권이다.

매경이코노미가 빅데이터 분석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와 손잡고 올해 4~5월 서울 주요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상권 1위는 가로수길이 차지했다. 해당 기간 가로수길 매출 증가폭은 무려 572억원. 인근에 위치한 압구정로데오(283억원)나 논현역(259억원) 같은 상권을 2배 가까이 웃돌았다.

절대 매출 자체도 가장 크다. 올해 4~5월 가로수길 매출은 2416억원으로, 2위인 홍대입구역(2034억원)과 3위 논현역(2020억원)을 멀찍이 따돌렸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점포 개수는 1668개. 계산기를 두들기면 점포 1개당 월매출이 7300만원 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연매출로 따지면 8억7000만원에 달한다.

2000년대 서울 상권을 호령하던 가로수길이 드디어 ‘부활’에 성공한 것일까.

하지만 정작 가로수길 상권을 직접 다녀보면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에는 ‘임대 문의’ 딱지가 붙은 공실 건물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3개 건물이 나란히 공실인 곳도 있을 정도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가로수길 가운데 위치한 애플스토어 정도. 저녁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식사와 술자리를 즐기러 나온 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서울 1위 상권’의 인파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잖다. 15년째 가로수길 상권에서 한식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혜 씨(가명)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손님이 늘어난 건 맞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로수길 상권 매출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상권 1위 가로수길에 공실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신상권 지도’ 1편으로 가로수길 상권을 심층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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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상권은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상권이었다. 그러나 일부 업종과 브랜드만 매출이 올라 ‘양극화’ 현상도 심해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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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거리, ‘미용·뷰티’의 성지로

▷신흥 명품 브랜드 속속 입점 ‘격전’

거리에 사람은 없는데 왜 매출은 급증했을까.

매출 증가 상위 업종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뷰티·미용’ 업종에 상권 대부분 매출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성형외과’ 매출이 가장 많이 올랐다. 2021년 487억원에서 올해 609억원까지 122억원 가까이 늘었다. 2위는 ‘일반 병원(121억원)’, 3위는 ‘치과(43억원)’가 차지했다. 이 밖에도 5위 ‘안과(27억원)’, 6위 ‘약국(18억원)’, 10위는 ‘피부과(12억원)’였다. 상위 10개 업종 중 6개가 ‘의료’다. 그것도 대부분 뷰티·미용 관련된 병원들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가로수길의 ‘뷰티 사랑’이 포착된다. 의류 매출이 16억원 늘어 8위, 여성 미용실은 5억9000만원 증가하며 18위를 기록했다.

반면 외식 업종 매출은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 않았다. 한식·백반(4위, 40억원 증가), 호프·맥주(7위, 17억원) 정도다. 호프·맥주는 같은 기간 점포 수도 6개나 줄었다. 갈비·삼겹살 역시 전년보다 매출이 8억5000만원 가까이 늘기는 했지만 점포 수는 오히려 3개 줄었다.

이 같은 양상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보톡스·필러 등 미용 목적의 ‘에스테틱’ 시술 수요가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한 에스테틱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이참에 시술을 받아보자’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가로수길 상권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인 병원, 그리고 명품 브랜드가 해당 지역으로 대거 몰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상권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뷰티에 관심 많은 이들이 몰린 덕분일까. 가로수길은 최근 ‘힙’한 브랜드의 ‘격전지’로 변모했다. 메종키츠네, 아미, 딥티크 등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모습이다.

2018년 애플이 국내 최초로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선보인 게 시작점이다. 2030세대에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애플이 최초로 매장을 열면서 쇠퇴하던 가로수길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애플스토어를 방문하는 젊은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연달아 매장을 내기 시작했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선 2018년에는 여우 로고로 유명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가 단독 매장을 열었고 이어 2020년에는 나이키 산하 조던 브랜드인 ‘조던 서울’, 2021년에는 H&M그룹의 최상위 브랜드 ‘아르켓’ 등이 가로수길에 매장을 차렸다. MZ세대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화장품(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와 ‘헉슬리’ 등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명품 브랜드 입점 열풍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3월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향수 브랜드 딥티크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전 세계 매장 중 최대 규모다. 파리에 있는 매장보다도 서울 가로수길점이 더 크다. 7월 말에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하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아미(AMI)’가 매장을 낸다. 2019년 개장한 중국 매장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매장이다. 이 밖에 뮤지컬 ‘킹키부츠’가 셀프 스튜디오 ‘포토매틱’과 협업해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 골프웨어 ‘왁(WAAC)’이 ‘헬로키티’와 함께 운영하는 ‘헬로키티 바이 왁’ 팝업 스토어도 성업 중이다.

프리미엄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가로수길에 연달아 매장을 내는 이유에는 ‘구매력을 갖춘 2030 고객의 비중’이 자리 잡는다. 소비 여력이 높으면서도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20대와 30대 고객이 몰리는 상권이 ‘가로수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메종키츠네를 비롯한 신명품과 젠틀몬스터, 애플스토어 등 ‘힙’한 브랜드들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로수길은 성수동과 함께 젊은 세대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상권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아미 매장을 가로수길에 낸 이유”라고 전했다. 딥티크 관계자는 “딥티크 구매 고객 70% 가까이가 2030세대다. 가로수길은 서울 주요 도심 상권 중 젊은 층 유입이 가장 많은 곳이다. 젊은 고객 유입을 위해 거리 중심부에 단독 매장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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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서 가장 매출이 많이 오른 업종은 의료 분야였다. 미용, 성형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은 목적 상권인 탓에 전체적인 공실률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건물 전체가 통으로 공실인 곳도 눈에 띄었다. 높은 임대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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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는 가로수길에 명암을 불러왔다. 힙한 거리로 탈바꿈했지만, 동시에 임대료를 급등시킨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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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이면에 늘어나는 공실

▷“애플이 다 올려놨다” 임대료 高高

최근 가로수길 상권 분위기는 ‘양극화’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점한 화려한 건물 사이사이마다 황량하게 비어 있는 ‘공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이 붐비는 대형 브랜드 매장과 달리 대다수의 건물은 ‘임대 구함’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실제 가로수길 상권 공실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사역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7%에 달했다. 인근 압구정(4.5%), 청담(10%)보다 높다. 직전 분기인 2021년 4분기(15.6%)와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1분기(11.5%)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공실률이 올랐다.

높은 공실률의 원인은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다. 특히 애플스토어 입주는 주변 상인에게 ‘악몽’으로 작용했다. 2018년 입점 당시 애플스토어는 20년 치 임대료 600억원을 한 번에 냈다. 애플이 막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동시에 인근 건물들도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고객은 없는데 임대료만 늘어나다 보니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었다.

현재도 신사역 상권 임대료는 타 상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신사역 상권 1층 월 임대료 평균은 1㎡당 8만4000원에 달했다. 압구정(4만7000원), 청담(5만9000원), 테헤란로(4만6000원) 대비 7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울 상권 내에서 신사역보다 임대료가 높은 곳은 명동(18만1900원), 강남대로(10만5800원) 두 곳뿐이었다. 가로수길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가로수길 임대료는 그대로였다. 인근 압구정로데오와 비교할 때 같은 면적 매장 임대료가 500만원 넘게 차이 나는 곳도 있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커피 전문점·음식점 같은 업종은 도저히 영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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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은 뮤지컬 킹키부츠의 팝업 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열었다. (CJ ENM 제공), 젊은 명품 브랜드들은 오히려 앞다퉈 가로수길에 진출하는 분위기다. 딥티크 역시 올해 3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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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상권은 점점 주변으로

▷세로수·나로수·다로수길 뜬다

가로수길 외식 상권은 메인 거리를 벗어나 주변 상권으로 퍼지는 모습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상권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커피 전문점과 주점, 디저트 전문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가로수길 주변 상권에는 ‘이름’도 생겼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가로수길 서편 사이에 위치한 이면도로를 일컫는 ‘세로수길’, 동편 이면도로인 ‘나로수길’, 나로수길보다 한 블록 더 동편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로수길’까지 외식 상권이 확장 중이다. 다로수길 입구 근방에서 ‘일도씨곱창’을 운영하는 김일도 일도씨패밀리 대표는 “가로수길 상권은 복합적이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는 ‘관광 상권’ 느낌이 강하다면 그 인근 주변 상권은 직장인이나 현지인이 주로 찾는 ‘로컬 상권’이다. 이 같은 로컬 상권에서는 관광객을 타기팅한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보다는 한식이나 삼겹살 같은 일상식 매출이 더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세로수길 인근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맛집이 이미 포진해 있다. 2022년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소바 전문점 ‘미미면가’를 비롯해, 미국 본점의 해외 최초 분점으로 유명한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 포르투갈식 정통 에그타르트 전문점으로 정평 난 ‘나따오비까’ 등이다. 미미면가 옆쪽으로는 ‘세광양대창’ ‘미분당’ ‘고반식당’ 같은 식당 브랜드가 들어섰고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 바로 옆으로는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 ‘아우어베이커리’가 입점하며 상권이 점점 확장하는 추세다.

세로수길에 ‘새로’ 생기는 매장도 대부분 ‘핫’하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세로수길 인근으로 집결 중이다. 최근 전국에서 가장 ‘핫’한 도넛 전문점 중 하나인 ‘카페 노티드’는 지난해 말 세로수길 인근에 ‘카페 노티드 신사 옐로우바스켓’ 팝업 매장을 냈다. 홍대입구 상권에서 터키식 디저트 ‘카이막’으로 이른바 ‘대박’을 낸 ‘모센즈스위트’ 역시 올해 5월 2호점을 세로수길 골목길에 냈다. 서울 삼각지 우대갈비 맛집으로 유명한 ‘몽탄’ 조준모 대표는 해장국·수육 전문 브랜드 ‘달래해장’ 첫 번째 매장이자 직영 본점을 세로수길 근방으로 정했다. 최선호 달래해장 본점 점장은 “세로수길 근방 상권은 트렌디한 가로수길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젊은 MZ세대는 물론 직장인 회식까지 다양한 연령대 손님이 찾는 상권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인기 많은 ‘와인 다이닝바’도 여럿 생겼다. 셰프 한 명과 소믈리에 한 명이 오붓하게 운영 중인 ‘에스토(ESTO)’,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심퍼티쿠시’도 세로수길 이면도로에서 영업을 한다.

‘다로수길’ 역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상권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프리미엄 티(tea) 매장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을 비롯해 8평 남짓 매장에서 일본 전통주와 고급 요리를 함께 판매하는 ‘사케츠바사’ 역시 지난해 5월 오픈한 매장이다.

▶가로수길 상권 호재는

▷중국인 관광객 컴백…신분당선 연장

가로수길 상권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호재가 여럿이다. ‘신분당선’ 연장이 대표적이다.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역과 경기 수원시 광교역을 잇는 31㎞ 노선으로 2011년 개통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수도권 주요 업무 지구가 위치한 판교, 광교 등 핵심 지역을 관통하는 ‘황금 노선’이다. 최근에는 강남역에서 9호선 신논현역, 7호선 논현역을 지나 3호선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연장 공사가 마무리됐다. 소비 인구가 많은 판교·광교에서 가로수길까지 접근성이 훨씬 개선된 셈이다. 향후 북쪽으로 용산역과 고양 삼송신도시까지 잇는 연장안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더 좋아진다.

외국인 관광객 ‘컴백’도 반갑다. ‘카페 노티드’ ‘다운타우너’ 등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준범 GFFG 대표는 “관광객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원정 성형’이나 ‘원정 에스테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다. 이들은 길게는 몇 주까지도 인근 지역에서 상주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준다. 여기서 기회를 포착해 지금 매장을 열고자 하는 이들이 꽤 있다. 중국 봉쇄가 풀리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로수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미용·뷰티’ 매출 증가가 2차 소비로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팀장은 “가로수길은 전형적인 ‘목적 소비’가 강한 상권이다. 예를 들어 에스테틱 시술만 받고 곧장 상권을 떠나거나, 명품 구입 후 바로 집으로 향하는 식이다. 점심과 오후 시간대 상권 매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7호 (2022.07.13~2022.07.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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