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으로 미국 경제위기를 진단한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향후 경기 침체로 인해 가상화폐 충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레브 교수는 최근 트윗을 통해 "가상화폐 폭락으로 뱅크런이 발생한다는 이른바 '크립토 윈터'는 기만적인 표현"이라면서 "겨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봄이 뒤따를 것을 암시하는데 겨울은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고 영구적으로 피할 수 없는 빙하기로 향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인플레이션 시점에 금융자산과 가상화폐가 폭락한 데 대해 "오히려 현금이 금융자산보다 22%, 비트코인보다 135% 상승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탈레브는 비트코인이 5만달러를 눈앞에 뒀던 작년 2월부터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통화로서 기능을 못해 실패작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탈레브는 특정 물건이 화폐로서 기능을 하려면 거래하는 상품보다 가격 변동성이 커서는 안 되는데 비트코인을 통해 상품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이달 발표한 논문을 통해 가상화폐가 탈중앙화, 인플레이션 헤지, 안전한 투자처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만큼 취약한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올해 1월에는 CNBC를 통해 "비트코인이 폰지사기의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어 비트코인 가격은 제로가 될 수도 있다. 가상화폐 체계는 아름답고 잘 만들어졌지만 경제적인 무언가와 연계돼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트윗을 통해 "비트코인은 저금리의 어색하고 투박한 구식 상품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무너질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은 얼간이들의 자석이 돼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편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 성격에 대해 "2020년 이후 생산능력 감소로 벌어진 공급망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주요 원자재의 선물가격지수(CRB)는 여전히 2005년보다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부동산 관련 상품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유발하는 저금리 시대가 펼쳐지면서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탈레브는 향후 어떤 위기가 닥칠지, 어떤 상품에 투자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정규 분포곡선이 낮아져 통계로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이른바 '팻 테일 리스크'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주식과 채권과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브는 파생상품 투자자로 활동하다 이른바 흑조 이론인 '블랙스완'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탈레브는 이러한 사건들은 예외적으로 일어나는데, 발생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사람들은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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