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수의 심장’ 아베, 피격 사망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2군데 총상… 범인은 41세 前자위대원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 도중에 총격(銃擊)을 받아 사망했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고 미·일 동맹을 발전시킨 아베 전 총리의 사망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살인 용의자는 41세 무직 남성인 야마가미 데쓰야로 전직 해상자위대원이었다. 일본 경찰은 그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일본 우익의 상징적 인물이자 역대 최장기간 총리에 재임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한 남성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아베 전 총리는 피격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진은 2012년 12월 26일 총리실에서 첫 기자회견을 하는 아베 전 총리의 모습. 2022.07.08/AP연합뉴스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라현 나라시에서 연설 중이던 아베 전 총리의 오른쪽 뒤편에서 총성이 울렸다. 첫 발이 울리자 아베 전 총리는 뒤를 돌아봤는데 곧이어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그는 목 아랫부분과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의료 헬기로 나라현립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5시 3분 사망했다. 나라현립의과대학의 후쿠시마 히데카시 교수는 “아베 전 총리는 이날 12시 20분쯤 심폐 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고 심장에 도달할 정도의 상처를 입어 출혈이 심했다”며 “지혈 수술을 했지만 살리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2발의 총격으로 심장과 대혈관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범행에 쓰인 총기는 야마가미 용의자가 제작한 사제총으로 추정된다. 총구 2개를 가진 사제총으로 겉에는 테이프를 감은 조악한 형태였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노렸다”며 “정치 신념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2003~2005년 3년 동안 해상자위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8일 오전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뒤 응급 조치를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마이니치신문

고(故) 아베 전 총리는 외조부가 기시 노부스케 총리이고 부친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상을 지낸 명문 정치 집안 출신이다. 2006~2007년(12개월)에 이어 2012~2020년(7년 8개월)까지 약 9년간 장기 집권하며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대한 정치가를 이런 형태로 잃어 유감이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한 비열한 만행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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