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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루이비통 셋째 아들, 태그호이어 스마트워치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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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프레데리크 아르노 태그호이어 CEO가 태그호이어의 `모나코 다크로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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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403조원대(7월 8일 기준)의 세계 최대 명품제국을 일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의 셋째 아들. 형인 알렉상드르 아르노에 이어 가문에서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최고경영자(CEO)가 된 인물. 25세의 나이에 162년 역사의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 태그호이어를 이끌게 된 프레데리크 아르노 CEO다. 2019년 10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아르노 CEO는 한국 기업·브랜드와의 다양한 협업을 고대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한한 그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태그호이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나 태그호이어의 현재와 미래 등 시계 산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경제

―한국 명품시장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은 명품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요한 곳입니다. 한국 고객들은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명품을 많이 구입하죠. 2019년 방한한 이후 한국에 다시 와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야 올 수 있었네요.

―'한국 한정판 제품' 등 깜짝소식은 없습니까.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진실된 의미가 담겨야 하기에 자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공들여 만들어야 하니까요. 태그호이어는 아직 한국 브랜드 또는 기업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한 적은 없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확정된 게 없어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렵네요(웃음).

―한국인 앰배서더도 있었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혹시 보셨나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위하준이 최근 태그호이어의 앰배서더로 합류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골프가 매우 중요한 스포츠로 알고 있는데, 한국 여성 프로골퍼도 태그호이어와 함께하고 있죠. 이번에 한국에 온 만큼, 기업 또는 브랜드와의 다각적인 협력을 모색해볼 생각입니다. 특히 커넥티드 워치(스마트 워치)의 핵심 제품인 '커넥티드 골프에디션'의 경우 골프 산업이 성행하는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최근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5월 초였어요. 우선 미국에 한정해 온라인이 아닌 매장에서 태그호이어 제품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우선 미국을 시작으로 시장 반응을 보고 소비자 수요에 따라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도 있습니다. 태그호이어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는다고 발표한 이후 '모나코 다크로드 트리뷰트 에디션'이나 '커넥티드 워치' 등을 가상화폐로 구매한 소비자들이 있었어요.

―가상화폐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기로 한 뒤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가상화폐시장이나 주식시장이 요즘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떨어진)가상화폐가 다시 오를 거란 생각에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도 보이더군요. 여기까지만 보면 가상화폐의 미래가 없어보이지만, 장기적인 시점에서 가상화폐는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사용될 거라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가상화폐를 받아들이는 브랜드가 늘어날 거란 말인가요.

▷그럼요. 브랜드들은 이제 막 새로운 종류의 결제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브랜드에 있어 매우 '혁신적인' 사건입니다. 가상화폐 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것은 바로 대체불가토큰(NFT)이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지입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명목화폐(현금)로 환전할 수 있고 시계 구입 시 결제가 더욱 용이해지기 때문이죠.

―브랜드들이 가상화폐·NFT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겠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들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죠. NFT는 이런 '트렌드'와 잘 맞물립니다. 물론 가상화폐처럼 하나의 자연스러운 시장으로 자리 잡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태그호이어의 미래가 가상화폐·NFT에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태그호이어는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과의 공존이 되겠죠. 태그호이어란 브랜드가 탄생한 후 지난 160여 년간 태그호이어는 워치메이커(시계 제조사)였고, 160년 뒤에도 워치메이커란 사실엔 변함이 없을 테지만 고객과의 소통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할 겁니다. 따라서 우리도 변해야만 하죠. 물론 변함없는 궁극적인 목표는 훌륭한 디자인과 고객을 위한 가치를 담은 타임피스(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변한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네,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그호이어는 최근 NFT 프로젝트를 하나 공개했는데,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 워치' 다이얼에 시계 소유자가 보유한 NFT 작품을 띄워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죠. 직접 보여드릴게요.

오른손에 '모나코 다크로드', 왼손에 커넥티드 워치인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칼리버 E4'를 찬 채 인터뷰를 진행한 아르노 CEO는 스마트폰을 꺼내 커넥티드 워치를 통해 NFT를 활용한 시계 꾸미기를 직접 시연해보였다. 태그호이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커넥티드 워치와 연동하고, 자신이 보유한 NFT 지갑에 있는 NFT를 하나 골라 이를 시계 화면에 띄우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NFT가 '나만의 시계'를 만드는 셈이군요.

▷정확합니다. NFT 수집가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죠. 자신이 모아 둔 컬렉션을 시계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 시계를 보여주며 대화 주제로 삼을 수도 있을 겁니다(웃음). 물론 NFT가 진정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선 우리가 브랜드 차원에서 이 가치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NFT를 소장하고 싶단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하죠. 그러려면 NFT를 통해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태그호이어 자체 NFT를 계획하고 있나요.

▷이와 관련해 여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 공개하게 될지는 언급하기 조심스럽습니다. 당연히 적절한 시기가 되면 이를 공개하려고 하지만 내년이 될지, 혹은 그보다 더 먼 시점이 될지는 알 수 없네요.

―태그호이어만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태그호이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우위 중 하나는 우리가 기계식 워치, 쿼츠 워치, 커넥티드 워치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제품을 궁극적인 방식으로 선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2015년 처음 제품을 선보인 '커넥티드 워치'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죠. 태그호이어의 주요 컬렉션은 정통 시계지만 커넥티드 워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쿼츠 워치도 품질과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죠. 올 초 워치스 앤드 원더스(시계박람회)에서 선보인 태양광 구동 시스템의 솔라그래프가 대표적입니다. 기계식 워치 중에선 크로노그래프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급 시계인 투르비옹 워치의 경우 혁신적인 모나코 V4를 선보였습니다.

―스마트 워치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기자님도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네요. 7년 전 태그호이어가 스마트 워치 분야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스마트 워치는 아주 생소한 시장이었습니다. 다수의 시계 브랜드가 스마트 워치를 보며 불안감을 느꼈는데, 이는 1980년대 쿼츠 워치의 등장으로 인한 '쿼츠 파동'과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쿼츠 워치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스위스 시계 업체가 대거 문을 닫았죠. 기계식 워치의 종말을 예고한 이도 많았습니다.

―기계식 워치의 미래가 없는 것 아닌가요.

▷아시다시피 기계식 워치는 결국 살아남았죠. 스마트 워치의 등장은 쿼츠 파동과는 조금 다릅니다. 쿼츠 파동 당시 기계식 워치와 쿼츠 워치는 시간을 알려준다는 동일한 효용가치를 두고 경쟁했습니다. 스마트 워치의 경우 시간을 알려준다는 시계 본연의 기능면에선 앞선 두 워치와 동일하지만 (디지털화된)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워치는 기계식 워치나 쿼츠 워치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안착해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겁니다. 태그호이어도 기계식·쿼츠·스마트 워치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죠.

―향후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이 될까요.

▷제품의 디자인 등에서 '지속성'을 보여주는 것이요. 우리가 과거에 선보였던 디자인 코드는 오늘날 제품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가치를 지속해서 후대에 전달하는 것인데, 태그호이어가 슈트나 캐주얼 모두에 무관하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여기서 오는 것이죠. 태그호이어 CEO에 선임된 뒤 변화를 위한 여러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중입니다.

―당신에게 태그호이어는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태그호이어를 정말 아끼고, 항상 가깝게 느껴왔습니다. 12세에 갖게 된 아쿠아레이서(부친이 선물한 시계)가 제 인생의 첫 시계였죠. 브랜드의 역동성으로부터 나오는 혁신적인 관점과 스포티한 측면에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태그호이어는 굉장히 활동적이며, 새로운 것을 시도함에 있어 두려움 없이 경계를 허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브랜드죠.

―그렇다면 당신에게 '시계'란 무엇인가요.

▷우선 시계는 '선물'입니다. 선물로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연결시켜 삶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어주죠. 또는 '열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시계에 담긴 의미와 코드, 역사는 모두 제게 강한 열정을 심어주니까요.

▶▶ 프레데리크 아르노 CEO는…

1995년생.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셋째 아들. 프랑스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그는 페이스북과 맥킨지를 거쳐 2017년 스마트워치 프로젝트 매니저로 태그호이어에 합류했다. 2018년 태그호이어 최고 전략 및 디지털관리자를 거쳐 2020년 태그호이어 CEO에 선임됐다. 스마트 워치와 전자상거래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젊은 감각으로 브랜드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포르쉐와의 파트너십 체결,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의 협업을 주도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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