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사설] 고물가 이어 경기 침체 공포, 이중고에 빠진 한국 경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8~9%씩 급락하며 두 달 만의 최저가로 내려갔다. 구리·알루미늄·철광석 등 산업 생산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동반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속에 찾아온 경제 불황의 공포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어 석유와 산업용 금속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원자재 값을 끌어내린 것이다. 미국 국채의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추월하는 이례적인 일도 빚어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악화의 전조(前兆)로 해석되는 현상이다.

조선일보

6일 원/달러 환율이 개장하자마자 1,31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8.2원 높은 1,308.5원에 출발한 지 2분만에 1,311.0원까지 올랐다. 2009년 7월 13일(고가 기준 1,315.0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환전소 모습. 2022.7.6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금융 긴축의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코로나 때 풀린 돈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급속한 금리 인상에 착수했다. 이 같은 긴축 정책이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유와 원자재·곡물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로 밀어 넣고 있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2.9%에 그치고 내년엔 1.7%. 내후년에 0.8%로 둔화하면서 3년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중국도 5.5%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유례 없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에 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태풍이 닥쳐온 것이다.

그 충격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원유와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주요 수출국인 중국·미국 등의 경기 침체 조짐에 따라 향후 수출도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 체력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금리 인상에 훨씬 취약해진 구조다. 가계·기업·나라 합쳐 빚이 5000조원이 넘는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물가가 24년 만에 6%를 돌파하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주저할 수는 없다. 미국 등에 보조를 맞춰 금리를 올려나가면서 기업 활력을 제고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규제 완화와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들이 혁신과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정부와 공기업은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