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 업종제한 등으로 상권 위축
“마이너스 통장으로 관리비·이자. 팔려고 내놔도 사는 이 없어”
시, 상권 활성화 대책 추진단 꾸려
지난달 29일 세종시 보람동 금강 수변의 한 상가가 텅 빈 채 임대 광고문만 붙어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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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책으로 투자한 상가가 족쇄가 돼버렸어요.”
지난달 29일 세종시 보람동의 한 상가에서 만난 ㄴ(72)씨는 “임대는 되지 않고 관리비와 이자만 한달에 200만원 넘게 나간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퇴직금을 몰아넣고 대출까지 받아 2016년께 분양받은 금강 수변 상가는 그에게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10평짜리 상가 주인 ㄷ(66)씨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는 “공실이 된 지 반년은 더 지났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헐어 매달 관리비와 이자를 낸다. 팔려고 내놔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 상가를 비롯해 금강 수변에 늘어선 상가 대부분이 공실 상태다. 텅 빈 점포 유리벽에는 ‘임대·매매’ 광고문만 더덕더덕 붙어 있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이 일대 전체가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세종시 자료를 보면, 보람동에서 대평동까지 이어지는 금강 수변 상가 10곳의 공실률은 5월 현재 60.5%다. 10곳 가운데 6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세종시가 상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특별·광역시 중 세종시의 3층 이상 중대형 상가 공실률(20.3%·1분기 기준·한국부동산원)은 울산(21.2%)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12.2%)도 전국 평균치(6.4%)의 두배가량이다. 전국 1위다. 최민호 신임 세종시장이 ‘상가 공실 대책 추진단’을 꾸릴 정도로 상가 공실 문제는 지역 사회의 현안이다.
세종 상가에 찬바람이 부는 까닭은 뭘까. 우선 지역 내 가장 높은 공실률을 보이는 금강 수변 상가 단지는 문재인 정부 때 세종보를 열면서 금강 수위가 낮아진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입지 매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해당 지역을 ‘수변 특화 거리’로 지정하면서 음식점·소매업·제과점 등만 영업할 수 있게 한 것도 공실률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다.
손희옥 금강수변상가번영회장은 “정권이 바뀌어 세종보가 개방되면서 금강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정부 정책 변화로 상황이 바뀌었다면 최소한 업종 규제는 풀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세종시 보람동 금강 수변의 한 상가에서 손희옥 금강수변상가번영회장이 이곳 상가 공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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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시야를 넓혀, 세종시 전체의 상가 공실 배경은 더욱 복합적이다. 일단 비교적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된 이력이 짧은 세종시가 발전해가면서 중심 상권도 수명이 짧다. 56% 수준의 공실률을 보이는 한솔동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을 할 때 가장 먼저 개발된 지역으로 초기엔 번성했으나 시가지가 점차 확장하면서 중심 상권 자리를 불과 5년도 안 돼 잃었다.
세종시에 집객 효과가 큰 백화점이 없고 공연장과 같은 문화 시설이 부족한 점도 상권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세종에 거주하며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이아무개(37)씨는 “세종에 호수공원이나 수목원 등은 있지만 뭘 사 먹거나 소비할 만한 곳은 부족하다”며 “주말이나 쉬는 날엔 가족들과 함께 대전이나 청주에 주로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세종시 의뢰로 세종 상권 분석 결과를 담은 대전세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연구원이 세종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세종 상권 활성화가 어려운 체감 이유로 ‘주말과 저녁 유동인구 부족’(33.5%)과 ‘다양한 소비 콘텐츠 부족’(21.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성표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적은 연령대인 30~40대가 중심인 세종시의 연령대 분포도 상권 활성화가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우식 세종시 도시정책과 주무관은 “새달까지 금강 수변 등 1∼3생활권의 업종 규제 완화와 관련한 초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초안이 나오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친 뒤 규제 완화 방안을 고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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