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달(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은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과 금융기관의 예수금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시장에선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환율 방어) 외환 당국이 미세 조정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한다. 당국의 개입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 전문가는 “시장에선 과도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를 판 게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와 엔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요한 이유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지난달 105.11로 전달(101.67)보다 3.4% 올랐다. 반면에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3.1%, 파운드화 가치는 4.2%, 엔화 가치는 6.5%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말 이후 4개월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39억6000만 달러)과 4월(-85억1000억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간 줄어든 외환보유액은 234억9000만 달러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당국이 움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발표한 ‘외환 당국 순거래’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올해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 달러를 내다 팔았다. 지난해 4분기(-68억8500만 달러)보다 늘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 IMF는 연간 수출액, 시중통화량, 유동 외채 등의 일정 비율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산정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 99%로 처음으로 100%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에는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2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00.3원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만에 다시 달러당 1300원 선을 넘어섰다.
염지현·안효성·홍수민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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