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추가 제재에 추석까지…"하반기 물가 7% 갈 수도"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7%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방국가들의 대(對) 러시아 추가 제재 시 국제유가가 더욱 치솟을 수 있는데다 여름 휴가철·추석 명절 관련 수요까지 맞물릴 경우 물가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5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6%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엔 물가상승률이 7%대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7%대 물가상승률은 외환위기 즈음인 1998년 10월(7.2%)이 마지막이다.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추가 제재가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가 원유 감산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가 일일 산유량을 하루 500만 배럴 감산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일 기준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 107.90달러인데, 이러한 가격의 약 3배 수준으로 뛰게 되는 것이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은 국내 물가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이달부터 정부가 적용한 유류세 37% 인하의 물가안정 효과는 0.5%포인트(p)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30% 인하 시보다 효과가 0.1%포인트 커진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아질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해 원유 생산량을 줄여나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식자재 가격의 오름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국제곡물 7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84.8·사료용 178.4로 예측됐다. 전분기보다 각각 13.4%·12.5% 오른 수치다. 수입 곡물가격이 비싸지면 가공식품·축산물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이러한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요인에 더해 7~8월 여름 피서철 수요로 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요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추석(9월 10일)의 성수품 수요도 식자재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는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물가에 반영된다. 4인 가구당 한 달 평균 3755원 가량을 더 내게 된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은 생산비용을 높여 생산품·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높아지고 동절기로 가면 석유제품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원자재·곡물가격 등도 높게 유지돼 최근 고물가 양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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