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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19가 다시 그린 상권지도 뜨는 거리, 뜨는 공식은] Part 3 코로나 이전보다 더 붐비는 신사·논현 | ‘힙’한 브랜드 모이자 뷰티·패션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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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오는 7월 말 가로수길에 오픈한다. 아미의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는 총 4개 층 규모의 508.22㎡(약 154평) 면적으로 국내 아미 매장 중 최대 규모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 상권인 가로수길이 부활하고 있다. 엔데믹으로 오프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20~30대를 중심으로 떠오른 ‘신(新)명품’이 속속 가로수길에 둥지를 틀면서다. 가로수길은 2000년대 개성 있는 편집숍이 모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른 내몰림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는 몸살을 앓아왔다.

부동산 중개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가로수길 공실률은 2019년 4.5%에서 2020년 19.1%, 2021년 36.4%까지 8배 넘게 급증했다. 대형 브랜드의 안테나숍이나 플래그십스토어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가로수길 상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수요가 줄고 집객력이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며 ‘패션 성지’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앞서 아미 외에도 올해 3월 세계 최대 규모로 문을 연 니치 향수 ‘딥티크’ 플래그십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오픈 두 달간 딥티크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의 누적 방문객 수는 6만 명에 달했다. 이 밖에 2020년 나이키 조던의 단독매장 ‘조던 서울’, 지난해 H&M그룹의 최상위 브랜드 ‘아르켓’ 등 해외 인기 브랜드가 가로수길에 상륙했다. 독특한 향의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탬버린즈’ 플래그십스토어와 코스메틱 브랜드 ‘헉슬리’ 등 20~30대에게 인기 있는 뷰티 매장이 들어섰다.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는 홍대와 성수동을 거쳐 지난해 가로수길에 ‘아더스페이스’ 3호점을 냈다. ‘박재범 소주’로 잘 알려진 원소주와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도 가로수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실제 가로수길 주변의 액세서리, 뷰티 제품 판매 가게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딥티크’의 한 직원은 “주말이면 하루 1000~ 2000명 정도 방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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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주변 상인들은 한때 대형 패스트 패션·화장품 브랜드 중심에서 MZ를 겨냥한 매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악몽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강남구 가로수길 가두상권의 공실률은 올해 1·4분기 29.0%를 기록, 1년 만에 20%대로 떨어졌다. 서울 6대 가두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이태원·청담) 중 공실률 하락폭이 가장 컸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서울 주요 상권에서도 가로수길의 회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면서 “2030세대 유동인구가 증가해 독특한 뷰티, 액세서리 가게가 오픈을 많이 하면서 분위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지니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의 총매출은 2019년 4월 770억원에서 올 4월에는 1186억원으로 늘었다. 약 411억원이 늘어난 셈.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해도 약 27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아직 큰길에는 공실이 있지만,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가치에 영향을 주기에 건물주들이 차라리 빈 채로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로수길, 다로수길까지

신사 상권 주변으로는 최근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신흥 상권’도 형성되는 모습이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와 두 블록 떨어져 있는 ‘다로수길’이 좋은 예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인 가로수길은 주변 지역으로 점점 상권을 넓혀가고 있다. 가로수길 서편에 위치한 이면도로를 일컫는 ‘세로수길’이 2010년대 중반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 데 이어 동편 이면도로 ‘나로수길’도 잇달아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나로수길보다 한 블록 더 오른편에 위치한 ‘다로수길’에도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매장들이 생겨나는 추세다. 가로수길은 물론 세로수길·나로수길보다 평당 임대료가 10만원 가까이 저렴한 데다, 한적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포 수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프리미엄 티(tea) 매장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을 비롯해 8평 남짓 매장에서 일본 전통주와 고급 요리를 함께 판매하는 ‘사케츠바사’ 역시 지난해 5월 오픈한 매장이다. 최근 트렌디한 상권의 지표로 꼽히는 ‘와인 다이닝’도 다로수길 곳곳에 빠르게 늘고 있다. 캐주얼 와인 다이닝 ‘ebt’가 2020년 문을 열었고, 간판이 없는 ‘스피크이지바’ 형태의 ‘비비노’ 역시 핫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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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역 일대 신분당선 연장 개통 호재

논현역 상권도 가로수길과 여러모로 상황이 닮았다. 2021년 공실률(19.6%)이 2019년(13.5%) 대비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1㎡당 평균 임대료는 1만원 넘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동인구가 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논현역 상권은 강남대로변 상권과 학동로 상권, 영동시장 상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7호선 논현역을 중심으로 두터운 배후 주택가와 인근 오피스 타운으로 인해 상권 수요가 풍부한 지역이다. 강남대로변 상권은 빈폴, 삼성패션, ABC마트, 고도일병원 등 패션 업체와 병원, 약국들이 즐비하다. 이면에는 직장인들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먹자상권이 형성돼있다. 영동시장 상권은 논현역 대로 이면부 재래시장인 영동시장과 한신포차가 중심이다. 논현역과 신논현역 상권은 대로변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리모델링되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신분당선 개통이다.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역과 경기 수원시 광교역을 잇는 31㎞ 노선으로 2011년 개통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수도권 주요 업무 지구가 위치한 판교, 광교 등 핵심 지역을 관통하는 ‘황금 노선’으로 불려왔다. 특히 지난 5월 강남~신사역 2.53㎞ 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남을 가로로 지나는 전철인 3호선(신사역), 7호선(논현역), 9호선(신논현역) 환승이 가능해졌다.

실제 신분당선 역세권 부근 부동산은 호황이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대형 빌딩 거래는 초역세권 위주로 간간이 매매되고 있는 반면 중소형 빌딩은 먹자상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매각이 이뤄지는 추세다. 현재 논현역을 기준으로 강남대로변 노선상업지 중대형 빌딩 매매가는 3.3㎡당 1억~1억8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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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역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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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신분당선이 신규 연장된 지하철 3호선 신사역, 7호선 논현역, 9호선 신논현역 인접 상권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늘어난 모습을 보인다. 신사·논현·신논현역과 모두 인접한 ‘논현1동’은 2019년 4월 842억원에서 2022년 4월 1095억원으로 상권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논현동 먹자골목에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촌 골목인 4번 출구 방면 상권에서 꾸준히 이색적인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예약 전쟁’으로 유명한 원테이블 레스토랑 ‘셰프 김태홍’, 신라호텔 출신 유호현 셰프가 모친의 성함을 따 개업한 전통주 맡김차림(오마카세) 전문점 ‘박경자식당’, 미쉐린 레스토랑 ‘밍글스’ 출신 셰프들이 의기투합해 오픈한 와인바 ‘오디너리플레져’ 등이 대표적이다. 논현동 H중개사 대표는 “신분당선 개통으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소비력이 높은 40~60대 중장년층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신사·논현 상권에 대해 상권 분석 전문가들은 한때 치솟은 임대료와 코로나로 인해 죽은 상권에서 새롭게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예비창업자들이나 새로운 플래그십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성공한 성공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인증샷 욕구, 리뷰어들의 바이럴마케팅, 유튜버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 콘텐츠 등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면서 다시 ‘핫플’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소매업종 매출이 상대적으로 좋은 신사·논현 상권에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임대료가 낮고 개발이 덜 된 지역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상권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마케팅으로 집객이 얼마든지 가능한 데다 최근에는 오히려 한적한 골목상권에 ‘나만 아는 맛집’을 찾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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