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33년 유엔 근무 마치고 곧 퇴임
“전쟁 폐허 딛고 발전한 한국, 분쟁 중인 나라에 재건 희망 줘”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는 “한국 정부가 난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책임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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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아픔을 딛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은 우크라이나처럼 고통 받는 나라들에 재건의 희망을 줄겁니다. ”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제임스 린치(65)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구촌 난민 문제에 있어 한국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엔난민기구는 2차 세계 대전의 상흔이 가시지 않던 1951년 고통받는 난민들의 보호·이주·재정착 등을 돕기 위해 유엔 산하에 전담 조직으로 설립됐다. 당시에는 2차 대전 난민 사안만 해결하면 바로 해체할 목적으로 구성된 임시 기구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난민 위기가 속출하면서 유엔에서도 가장 바쁜 상설 조직이 됐다. 한국대표부는 2001년 연락사무소로 문을 연 뒤 2006년 정식 대표부로 승격됐다.
린치 대표는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촉발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인 360여 명에게 특별 기여자의 지위를 부여해 신속하게 국내로 데려와 재정착을 돕고 있다. 또 체류 중인 아프간인과 우크라이나인, 또 군부 쿠데타로 민간 정부가 무너진 미얀마인들에 대해서 비자가 만료되더라도 머물 수 있도록 조치했다. 누구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송환되어선 안 된다는 난민 인권 원칙을 보여주는 선례이다.” 그는 “난민 위기가 터질 때마다 한국 국민들이 보내오는 자발적 모금 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도 했다. 작년 모금 실적은 정부 2702만3800달러, 민간 4900만 달러로 세계 10위권이다.
린치 대표는 한국 대표를 끝으로 33년간의 UNHCR 근무를 마치고 올가을 퇴임한다. 미국 출신인 그는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연방지검 법률연구관을 거쳐 로스앤젤레스의 대형 로펌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캄보디아에서 갓 들어온 난민들의 법률 지원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1989년 유엔난민기구로 옮겼고 태국·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요르단·잠비아·이라크 등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터전을 찾은 난민들이 빚더미에 몰리거나 인신매매 등 범죄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보면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냉전이 종식되고 데탕트 분위기가 무르익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난민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동유럽, 중동에서 대규모 인종 학살을 수반한 분쟁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난민 위기는 오히려 심화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난민(국내 실향민 포함) 발생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했다”며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유네스코나 유니세프 등 다른 유엔기구 한국본부가 6·25전쟁 폐허 속에서 부흥·재건의 목적으로 설립됐었던 것과 달리, 처음부터 분쟁 지역에 대한 공여와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1%대에 머무는 등 지구촌 난민 문제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린치 대표는 “한국 정부가 난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역량을 강화하고, 책임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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