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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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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톡톡히 챙긴 에르도안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서 가장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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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문제… 튀르키예, 개막 전날 반대 철회

美와 F-16 현대화 사업 계약, 스웨덴 등엔 범죄인 인도 요청

30일 폐막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최대 수혜국이 튀르키예(터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신규 가입 여부를 놓고 30개 동맹국 중 홀로 반대 의사를 밝히다가, 개막 전날인 28일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후 튀르키예가 요구해 온 미국산 F-16 전투기 현대화 사업에 청신호가 켜지고, 북유럽을 무대로 활동해온 반(反)정부 인사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까지 이뤄졌다. 튀르키예가 미국과 스웨덴, 핀란드 3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셀레스트 월랜더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는 29일(현지 시각) “미국은 나토와 미국 안보에 기여하는 튀르키예의 전투기 현대화 사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계약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은 “이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라며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대가로) 튀르키예가 요구해 온 전투기 업그레이드 및 구매 사업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튀르키예는 1980년대부터 도입한 구형 F-16 220여 대의 전자 장비와 레이더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최신 장비를 탑재한 신형 F-16 40대의 구매를 미국 측에 타진했다. 영공 분쟁을 이어가는 그리스와 제공권 다툼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튀르키예가 2019년 러시아산 S-400 방공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일이 꼬였다. 미국은 보복 조치로 튀르키예의 F-16 현대화 계획을 중단하고, 신형 F-16 판매도 허락하지 않았다. 또 F-35 스텔스기 공동 조달 사업에서 튀르키예를 배제했다. 반면 그리스는 F-35 20대, 최신형 라팔 전투기 24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미국과 프랑스와 각각 체결하며 튀르키예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노골적으로 반대하자 처음부터 “미국과 전투기 협상을 의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튀르키예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치켜세웠고, 곧바로 튀르키예 전투기 현대화 사업에 대한 미 국방부의 지지 입장이 나왔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날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에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 등에 소속된 33명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튀르키예에서 테러범으로 기소된 이들은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에 머물고 있다. 쿠르드족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PKK는 2016년 이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수차례 폭탄 테러의 배후로, FETO는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쿠데타 시도 배후로 지목돼 왔다.

[마드리드=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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