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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물가와 GDP

이른 폭염에 이른 추석…불붙은 물가에 기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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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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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세 번 마트에 갔던 송모(51)씨는 지난달부터 장 보는 횟수를 주말 한 번으로 줄였다.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장을 봤는데 이젠 뭘 살지 필요한 것을 미리 적어가고 목록에 없는 건 사지 않는다”며 “가격이 안 오른 게 없어서 예전처럼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크게 오른 밥상물가로 장보기 풍경까지 달라졌지만,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 당장 올 여름 6%대의 물가상승률이 점쳐지고, 늦여름에 바로 추석 성수기를 맞아서다. 올해 추석은 9월 10일이다. 2014년(9월 8일) 이후 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다.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첫 명절이기도 하다.

연휴와 맞물린 가족 모임, 나들이로 농축산물 소비가 몰릴 텐데 가격ㆍ공급 모두 문제다. 역대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가 닥칠 만큼 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작황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각종 원자재, 물류비, 인건비 등도 계속 오르는 중이다.

추석 명절이 아직 두 달여 남았지만 주요 성수품 가격은 이미 예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409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0.5% 올랐다. 평년(5년 평균) 대비로는 42.7% 비쌌다. 전년 대비 풋고추(43%), 시금치(41.3%), 무(23.9%), 당근(21.4%), 상추(7.8%), 애호박(7%) 등 다른 채솟값도 일제히 올랐다. 안 오른 품목을 찾기 힘들 정도다.

축산물품질평가원 27일 통계를 보면 전년과 비교해 쇠고기 등심(5%), 돼지고기 삼겹살(13.9%), 달걀(10.3%) 등의 가격도 오름세다. 이들 성수품 값은 명절을 앞두고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보통 명절 1~2주를 앞둔 시기에 성수품 판매가 급증하고 값도 덩달아 오른다. 보통 9월 초ㆍ중순이었던 추석 대목이 올해는 8월 중ㆍ하순으로 당겨지면서 농산물 수급을 맞추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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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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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과ㆍ배의 경우 지난해에는 긴 장마 등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적었던 탓에 값이 많이 올랐는데, 올해 사정은 그나마 지난해보다는 나은 편이다. 사과는 10개들이 2만9614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해 11.5% 값이 내리긴 했다. 그러나 평년과 비교하면 31% 비쌌다. 배 가격도 전년 대비 18.1% 내렸지만, 평년 대비로는 6.9% 상승이다. 봄철 가뭄에 이른 폭염이 이어지면서 다른 농작물 작황은 여전히 부진하다.

앞서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6~8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6%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대 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닥쳤던 1998년 11월이 마지막이다. 24년 만의 최악의 물가난이 예고된 건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요인이 크지만 ‘이른 추석 효과’도 고려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로 인한 서민층 체감 고통은 훨씬 커질 전망”이라며 “폭염에 장마로 농작물 작황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로 인한 생활 물가 급등은 7~8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작황 부진, 공급 불안이 예상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정부의 사전 관리가 필요하며 유통업체와 협력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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