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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준석 '혁신위' 띄우자 친윤계는 세 과시... 불붙은 與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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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혁신위' 출범하자... '친윤' 장제원, 포럼 개최
'친윤계'·안철수 등 당내 의원 50여 명 참석... '세 과시'
한국일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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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 경쟁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와 '친윤석열계' 대표 주자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미래혁신포럼이 27일 한날한시에 가동하면서다. 양쪽 모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당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속내는 '당 주도권 확보'에 있다. 계파 간 힘겨루기가 치열해지면서 당내 세력 분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활동을 재개한 미래혁신포럼에는 권성동 정진석 박성중 의원 등 당내 친윤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2020년 7월 장 의원이 주축이 돼 출범한 미래혁신포럼은 '연구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친윤계 모임'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장 의원은 "포럼은 있던 것을 재개한 것이고 다양한 콘텐츠로 의원 연구모임을 할 것"이라며 "세력화라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깜짝축사'가 이어지면서, '반(反)이준석' 전선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 의원이 약한 당내 지지기반을 극복하기 위해 친윤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와 안 의원, 그리고 이 대표 간 대립 전선은 최근 장 의원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며 당 내홍 상황을 질타하고, 이 대표가 24일 페이스북에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응수하면서 고조되고 있다. 간장은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로 양측의 밀월관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직전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등 윤핵관 핵심 인사들과 나란히 1열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안 의원은 포럼을 마친 뒤 "정당 내 파워게임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이 대표의 '간장 한 사발' 표현에 대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속이 타나 보죠"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윤리위 문제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같은 시각 바로 옆 회의실에서 열린 조경태 의원실 행사에 참석했지만, 포럼장으로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서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은 발전할 수 없다"며 집권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가운데 이른바 '윤심(윤석열의 마음ㆍ尹心)' 구애도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미래혁신포럼에 그간 대권후보들이 연사로 섰는데, 초청받지 못한 분이 결국 대통령 됐다"고 했고,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저한테 제일 먼저 '별의 순간' 말씀하셨는데, 제가 그걸 윤석열 대통령한테 전했다"고 했다. 당내 어떤 세력도 확실히 '윤심'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윤심을 끌어들여 대립 국면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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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첫 회의를 개최한 혁신위를 통해 당 쇄신안을 지속적으로 띄워 '이준석 리더십'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대표가 야당의 의제인 '혁신'을 먼저 가져온 건 그 자체로 성과인데, '사조직'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친윤계에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도 이날 MBN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같으면 나라 큰일 난다.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며 친윤계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익명 인터뷰가 매일 나오고 허위 사실까지 나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위 흔들기'가 당 개혁 작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제자리에 머물거나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우리 당에 대한 시선이 언제 싸늘히 바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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