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오늘의 외교 소식

尹 첫 순방날에 사표 던진 경찰청장…尹측 "기분 좋을리 있나"

댓글 1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27일 오후 4시 10분 대변인실 명의로 한줄짜리 입장문을 냈다. 이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따로 기자실을 찾아 관련 입장문의 취지에 대해 “첫 순방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기내에 있다”며 “이런 때에 (김 청장 사의 표명은) ‘어? 이거 왜 이러지’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첫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으로선 그다지 달갑지 않은 상황이란 뜻이다.

윤 대통령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출국했다. 이 관계자는 김 청장의 사표 수리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감사원 감사 등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해양경찰 지휘부의 사의 표명과는 “사안의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나 수사 등 징계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보류’라는 취지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묻자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나. 대통령 부재중에 치안 총수가 사표를 던진 건데”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임기를 약 한 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청장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따른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아침 김 청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수석급 단위에서 별도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전 정부의 수많은 의혹 사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경찰 총수 아니었나”, “소가 웃을 일”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공세적으로 대응할 경우 되려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고, 일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경찰청장에 취임한 김 청장은 다음 달 23일까지가 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출근길에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해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날 ‘김 청장에 대한 사퇴 압박 내지 경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뭐 이제 (경찰청장)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하냐”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경찰청장이 먼저 사퇴 선수를 친 모양새가 돼버렸다.

대통령실 대신 더 강하게 비판을 쏟아낸 건 국민의힘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청장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국민이 마땅히 판단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경찰지원부서 신설을 훼방 놓고 마치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내 대변인도 잇따라 논평을 내고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항명이며, 나아가서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다. 사퇴 쇼에 불과하다”(박형수),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차 의심되는 무책임의 극치”(양금희)라고 가세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청장 편에서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경찰을 행안부 치하에 두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도 같은 토론회에서 “김 청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는 결연한 의지 표현”이라며 “국민이 역대 정권과 싸워서 얻어낸 경찰의 중립성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안부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업무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김 청장은 이런 결정에 반발해 이날 낮 12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