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범죄’로 검찰 직접 수사 가능
검찰, ‘사초 파기’ 때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명시적 ‘월북 지침’ 없을 경우 논란 지속할 듯”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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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숨진 이대진씨의 유족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씨 유족 쪽은 20일 <한겨레>에 “서 전 실장과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을 오는 22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와 해경은 지난 16일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2020년 당시 수사 결과를 뒤집고 사과했다. 이에 유족들은 2020년 당시 “자진 월북으로 추정된다”던 수사 결과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지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로 사건을 들고 온 셈이다.
사건이 접수되면 검찰은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 시행되기 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가운데 하나인 공직자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 이 사건이 청와대는 물론 해경과 국방부, 당시 청와대 등 다수 부처가 관련돼 있고, 전 정권 당시 조사 결과를 새 정부가 뒤집은 사안이라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검찰이 법원 영장을 받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 문재인 정부가 ‘월북 지침’을 내렸는지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 사건 때도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전례가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기록물에 ‘월북 지침’ 관련 청와대의 명시적인 지시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확보한 기록물에 간접적인 언급이 담겨있을 경우, 검찰은 당시 해수부 공무원과 해경 등을 상대로 윗선 지시 등을 확인하는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록물과 당시 상황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논란이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설령 ‘월북 지침’이 있었더라도, 대통령기록물에 명시적인 지시 내용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다. 검찰 수사를 향한 정치권 공방과 소모적인 논쟁은 수사 시작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 사건도 9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진 바 있다. 검찰은 2013년 회의록에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대화록 삭제’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초본’이 담긴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했다. 재판 9년만인 지난 2월 두 사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대통령실이 이씨 유족이 당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하면서, 당시 이씨의 사망 경위를 담은 정보 열람이 가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해경은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진술조서 등을 항소 포기 직후 유족 쪽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련한 자료 가운데 청와대가 생산한 문건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지정돼 당장 열람 또는 공개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법원은 이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청구는 모두 각하 또는 기각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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