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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생일 축하’ 통화…나토 회의 겨냥 “협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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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8년 이어 세 번째 생일 통화

러 “習, 러 군사행동 합법성 지적”

중앙일보

지난 2019년 6월 15일에는 타지키스탄 듀산베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亞信會議·CICA)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생일 축하 건배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잔이 푸틴 대통령보다 낮다. [사진=신화사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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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이 취득한 탁월한 발전과 성취에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다”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이날은 시진핑 주석의 69번째 생일이어서 푸틴 대통령의 ‘축하’가 생일 축하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시 주석보다 8개월 생일이 빠른 푸틴 대통령(1952년 10월생)은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첫해인 2013년과 두 번째 주석 임기를 시작한 2018년 생일에도 전화로 ‘생일 외교’를 펼친 선례가 있다. 지난 2019년 홍콩 시민 200만 명이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를 펼치던 2019년 6월에는 타지키스탄 듀산베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亞信會議·CICA) 중 두 정상이 생일 축하 건배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당시 시 주석이 술잔을 푸틴 대통령보다 낮춰 건배하는 장면이 주목받았다.

양국 정상은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공동보조를 맞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튿날인 지난 2월 25일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진 통화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시종 우크라이나 문제의 역사적 경위와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름)에서 출발해 독립 자주적인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통화의 ‘시비곡직’을 재차 언급하면서 ‘독립자주’ 판단을 새롭게 언급했다.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정상의 통화가 프랑스·이탈리아·독일 정상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유럽연합(EU) 가입을 논의하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 크렘린 궁 발표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주중 러시아 대사관은 16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과 ‘특별군사행동’에 따른 임무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설명했다”며 “시 주석은 러시아가 외부 세력이 야기한 안보상의 도전에 직면해 국가의 근본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취한 행동의 합법성을 지적했다”고 중국 측 발표에 보이지 않은 시 주석의 ‘합법성’ 발언을 특별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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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4일 베이징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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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통화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중국의 난처함을 다시 드러냈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왕장위(王江雨) 홍콩 시티대 법학과 교수는 “중국은 법리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의할 수도, 전략적으로 러시아와 함께할 수도 없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투에서 우위를 점했고, 우크라이나는 전투 의지가 여전히 강렬해 양측 모두 강한 담판 의지가 없다”며 “중국은 양측에 담판을 호소하지도, 러시아가 듣기 원하지 않는 의견을 제기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을 관망하면서 경제적 실리만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관변 매체도 비슷한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관영 신화사 산하의 SNS ‘뉴탄친(牛彈琴)’은 16일 시진핑-푸틴 통화의 키워드로 “실용[務實], 축하, 독립자주” 여덟 글자를 꼽았다.

뉴탄친은 인민일보가 보도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양자 실용협력[務實合作]을 안정적이고 길게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문장을 강조했다. 중·러 경제 협력은 계속 강화 추세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헤이룽장의 헤이허(黑河)와 극동 러시아의 블라고베셴스크를 연결하는 도로가 개통됐다. 하루 최대 트레일러 630여 대와 버스 164대 이상의 물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친중 성향의 대만 ‘왕보(旺報)’가 16일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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