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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미 물가 충격 여파...코스피 932개 종목 중 881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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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스피지수가 3.5% 급락하며 종가 기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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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물가 충격에 크게 휘청이면서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오는 14∼1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00선에 턱걸이한 코스피는 일단 하단을 더 열어놓고,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달러당 1290선도 염두에 둬야 하는 분위기다.

13일 하루에만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71조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이 각각 감소해 증시에서 총 88조원이 증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장 종목 932개 중 881개, 94.5%가 하락했고, 147개 종목은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코스닥은 타격이 더 컸다. 코스닥 1479개 종목 중 이날 1388개가 하락했는데, 코스닥 하락 종목 수는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이래 가장 많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기업 실적도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가총액 상위권의 대형주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7일 이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6만 전자’도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날 삼성전자는 증시 불안에 반도체 업황 전망도 악화하면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700원(2.66%) 떨어진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 성장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미국 나스닥이 하락한 여파로 나란히 신저가를 경신했다. 네이버는 전날보다 1만6000원(5.93%) 떨어진 25만4000원에, 카카오는 3600원(4.49%) 떨어진 7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고치인 8.6%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넘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여파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4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이 점점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에 글로벌 증시가 부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2500선이 위협받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경기 침체를 충분히 반영한 정도의 지수 영역대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 싸졌다고 무조건 사지를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반등을 논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며 “흔히들 말하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표현이 그대로 맞는 상황이고, 당분간은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계속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으로 국내 증시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4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러한 우려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고 이는 외국계 자금이 유출 우려로 이어져 코스피 약세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 역시 안전 자산 선호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승 압력이 더 큰 상황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20원 가까이 상승하며 1288.9원까지 고점을 높이자 외환 당국은 이례적으로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 35분께 외환당국은 언론에 전한 메시지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두 개입은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라는 점을 명시한 채 이뤄졌다. 이날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뿐만 아니라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채영·이윤주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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