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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매월 250만원…안전운임제로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어”[화물연대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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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물노동자 이정수씨(가명)가 공개한 ‘2017년 운행내역서’와 ‘2021년 운행내역서’. 이정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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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최저선 받으니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과 같아”
안전 위해 ‘제도 유지’ 목청…“받는 돈 적다면 과적·사고”

9일 오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만난 이정수씨(43·가명)는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14년째 컨테이너 화물차를 몰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7일부터 사흘째 거리로 나와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씨는 2년여 전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때는 운송사가 금액을 줄여도 노동자들은 대처할 수단이 없었죠. 컨테이너를 한 번 나를 때마다 돈을 받는 구조니까 운송사가 적게 주면 무리해가며 더 일해야 했어요. 지금은 안전운임으로 최저선이 정해져 있으니 정당한 금액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거죠.”

그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수년간 화물노동자로 일한 월별 운행내역서가 빼곡히 정리돼 있다.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7년 운행내역서를 보면 이씨는 건당 40여만원씩을 받았다. 한 달에 모두 15번 운송을 맡아 655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021년에는 대부분 건당 50만원을 넘겼으며, 60만원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15번을 운송했고 774만2300원이 수입이었다. 이씨는 비슷하게 일했는데 소득은 18% 정도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류비와 화물차 할부금 등으로 대부분 지출하기 때문에 이씨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250만원에 불과하다.

2년 전부터 컨테이너 화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상철씨(27·가명)는 안전운임제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돈이 너무 적다보니까 무리해서 운행을 하는 거예요. 돈을 못 받으니까 주 6~7일 일하는 거고 과적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거죠. 악순환이에요.”

2020년 1월1일부터 시범실시되고 있는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해 ‘최소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다. 적용 대상은 특수자동차(트랙터)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이다. 현장에선 노동자들의 수입 증가와 사고 감소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입법 당시 ‘2022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조항이 포함된 탓에 올해 폐지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조사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1092건에서 1065건으로 2.5% 줄었다. 같은 기간 부상자 수는 1681명에서 1575명으로 6.3% 감소했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노동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증가했다.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순수입은 2019년 287만원에서 2020년 315만원으로 9.9% 늘었다. 시멘트 화물노동자의 순수입은 2019년 240만원에서 2020년 362만원으로 50.8% 증가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유지하면서 안전운임 적용 대상을 현 2개 품목에서 다른 차종·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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