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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바이든, 빈 살만 찾아가도 답없다 "9월 국제유가 150달러 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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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독일 에밀리히하임에 있는 한 유정에서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8일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수개월 내에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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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가 지난 3월 이후 다시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오는 9월 15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긴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레고리 브루 예일대 잭슨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제 유가의 오름세를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브루 연구원은 "역사적인 에너지 위기"라며 "9월말까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원유 증산 요청 등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해 빈 살만 왕세자와 껄끄러운 관계가 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내키지 않은 걸음이지만, 에너지 안보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 사우디 등이 주도하는 OPEC+도 내달부터 원유 증산량을 지금 수준보다 50% 올린 하루 65만 배럴로 상향하는 등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브루 연구원은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브루 연구원은 "경기 침체나 팬데믹 스타일의 경제 봉쇄처럼 큰 폭의 수요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바이든 행정부가 다가오는 가격 충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앞서 7일 골드만삭스도 "최근 감소한 글로벌 원유 재고량을 늘리고 정제 시설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유가가 더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브루 연구원은 4가지 이유를 들어 유가 상승을 예측했다. 먼저 최근 큰 폭의 가격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는 지속해서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는 안정세를 보였으며, 국내 경제와 고용 부문은 여전히 성장세에 있다. 또 오는 7~8월 휴가 시즌이 되면 휘발유·경유와 같은 운송 연료의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소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풀면서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향후 몇달 동안 석유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번째는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만들려면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브루 연구원은 "정유공장은 마법처럼 휘발유·경유를 뽑아낼 수 없으며, 정유량을 변경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다수의 미국·유럽 정유 공장이 폐쇄됐다. 또 이미 2019년 정유·화학 기업은 마진 감소와 불확실한 미래 수요로 인해 정유량을 조율하고 있었다. 전기차 산업 성장과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은 이런 상황을 역전시켰다.

또 수급 불균형은 미래 수요를 위한 비축한 원유를 끌어 쓰게 만들었으며, 이를 채워 넣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여기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0월까지 방출하기로 한 2억60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도 포함된다. 비축유는 올가을 다시 채워질 예정으로 이는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관측된다.

브루 연구원은 앞서 미 행정부와 OPEC 등이 목표로 삼은 증산 목표치도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했다. 미국은 내년 원유 증산량을 하루 최대 72만 배럴로 했다. 이는 기록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파이프라인 부족과 새로운 유정을 찾는 데 필요한 노동력 부족 등으로 그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여유 설비를 보유한 OPEC도 오는 7~8월에 증산을 결정했지만,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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