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한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제품을 옮기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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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에 접어들었다. 전국에서는 운송 차질이 빚어졌고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강 대 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직 물류피해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엄정 대응'을 강조하면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8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 차량을 막은 1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에서는 트레일러 차량 진행을 막아선 조합원 2명이, 경남 거제에서는 쓰레기 수거 차량을 파손한 조합원 1명이 경찰에 각각 체포됐다.
국토부는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 약 29% 수준인 65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에는 조합원 40%인 약 9000명이 참여했다. 전날 보다 약 11%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69.4%다. 평시(65.8%)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부산항과 인천항 등 주요 항만의 반출입량은 평시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12개 항만은 모두 출입구 봉쇄 없이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컨테이너 기지와 공장 등의 출입구가 봉쇄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화주와 운송업체들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해 2∼3일 치 물량을 사전에 운송 조치해 아직은 물류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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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물류 거점에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줄고 있다. 파업 첫날인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9000여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직전일(2만5천여TEU)보다 감소했다. 평택항 하루 평균 반출입량도 평시의 2.2%에 불과한 68TEU까지 줄었다. 의왕ICD의 전날 반출입량은 평시보다 14.4% 수준인 631TEU에 머물렀다.
산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전날 시멘트 생산공장 정문과 후문을 사실상 봉쇄했던 단양, 제천, 영월, 옥계(강릉) 등 공장은 시멘트 운반이 어려운 실정이다.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어서다.
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1만5500톤(t)으로 평소(일 18만t) 대비 10%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매출 손실액이 153억 원(t당 9만3000원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멘트 공급 차질은 레미콘사에 이어 건설현장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 업계가 파업 추이를 주시하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업체는 19개사다. 이들 운송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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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위원장 등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총파업 돌입 배경과 향후 투쟁 방향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안전운임제가 산업 전체 물류비를 투명하게 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며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화주가 운송 때 줘야 하는 적정비용이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가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약속하지 않고 ‘강공 모드’로 대응하면 투쟁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국 자동차 생산라인을 시작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유통물류망까지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나오는 만큼 우리도 강하게 나갈 것”이라며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라는 화물연대 전통을 가져갈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투데이/홍인석 기자 (mysti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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