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업 무대 첫 시도
"국악 선율의 아름다움 더해주는 역할"
2년 전 문 연 스튜디오, 광주 '핫플레이스'로
국악관현악곡 ‘금잔디’를 주제로 미디어 아트 작가 이이남이 제작한 미디어 아트 작품 이미지들이다.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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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관현악이요? 저도 이번 작업을 계기로 듣게 됐는데 정말 좋더군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우리 소리가 이렇게 좋구나'하는 것을 관객이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리며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53) 작가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첫 협업에 나선다. 동서양 고전 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이 작가는 '움직이는 회화 작가'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극장 소속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황홀경' 공연에 함께 참여해 현대적인 멋을 더한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지난 2일 화상으로 만난 이 작가는 "연주 선율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게 이번 작품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이남 미디어아트 작가는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악관현악과 미디어 아트의 만남은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부담이 크다라면서도 새로운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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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위촉 초연작 중 대표 레퍼토리 5곡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궁중 의식이나 잔치 때 연주하던 '연례악' 중 하나인 취타 선율과 장단을 소재로 한 '취(吹)하고 타(打)하다'(김창환 작곡)와 '초토(焦土)의 꽃'(장석진 작곡), 북청사자놀음을 소재로 한 '더 라이온 댄스'(보두앵 드 제르 작곡) 등 3곡이 연주된다.
이 작가는 자신이 참여하는 2부의 연주곡을 직접 골랐다. 고구려 역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된 '금잔디'(김대성 작곡)와 '영원한 왕국'(김성국 작곡)이다. 그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음악을 고르려 했다"면서 "그래야 생동감이 특징인 미디어 아트로 그 무대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이 12m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전체가 하나의 화면이 된다. 프로젝터로 쏜 영상이 무대 중앙 음향반사판에 비치면 그 영상이 무대 양옆과 위 총 3면의 음향반사판에 거울처럼 반사돼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을 만든다. 그는 "조그마한 실수도 크게 보일 수 있어 마지막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60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영상이 실시간으로 잘 맞아야 한다는 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화면에는 흩날리는 꽃잎, 빛으로 구현된 역동적인 사신도의 움직임 등을 담아냈다.
이 작가는 국내외 개인전만 70여 회, 그룹전 800회 이상을 연 베테랑 작가다. 그는 미디어 아트의 매력을 묻자 30여 년 전 처음 미디어 아트에 빠졌던 순간을 회상하며 "움직인다는 것, 생명이 있다는 것이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답했다. 움직임의 감동이 큰 예술이라는 얘기다. 이 작가는 "백남준 선생님도 당시 그런 생각이 아니셨을까 짐작한다"고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국악의 소리가 시각적으로도 기운생동하는 느낌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방면의 협업이나 대중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에 열린 편이다. 유튜브 채널(Lee lee nam·이이남)로 자신의 작품을 전하기도 하고, 2020년에는 주 활동지인 광주 양림동에 카페를 겸한 '이이남스튜디오'도 열었다. 창작 공간이자 전시 공간인 이이남스튜디오는 누구나 쉽게 전시를 보고 쉴 수 있는 장소로, 어느새 동네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는 "벽과 틀, 울타리를 치고 활동하고 싶지 않다"며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면 누구와도 협업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오른쪽)이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황홀경' 포스터.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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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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