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생산차질…화물연대 향한 비난 쏟아져
철강·시멘트 재고 바닥…건설 현장도 연쇄 중단 임박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 파업 이틀째인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있는 운송회사 정문 앞에 파업에 참여한 화물차량이들이 주차돼 있다. 2022.6.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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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권혜정 기자,김민성 기자 = 화물연대 이틀째 총파업으로 물류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의 '셧다운(생산 중단)'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가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를 볼모로 잡으면서 자동차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울산공장에선 생산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진 한국 경제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불거진 상황에서 물류대란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한국 경제 성장률을 잇따라 낮췄고 추가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 화물연대, 현대차 기아 공장 출입 금지…울산공장 생산차질
화물연대 본부는 전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파업의 지침을 '전국 완성차 공장 타격'으로 변경했다. 변경된 지침에 따라 화물연대 조합원은 8일 오후 2시 이후 완성차 공장 출입을 금지했다. 정문에서 조합원 차량은 회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에 초비상이 걸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공장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공급까지 차질이 생기면 생산차질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만여개의 부품 중 단 하나의 부품 공급에만 차질이 빚어져도 자동차 생산라인은 멈춰서게 된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19개 운송업체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 소속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르노코리아 협신회 등 10개 기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 팬데믹,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위기에 더해 탄소 중립과 미래차 전환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국가 경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 2018년 기준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를 각각 차지했다. 자동차 제조·판매·정비업 종사자가 약 36만 명이고 자동차 연관산업 종사자가 190만명이 넘는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침체된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앞서 IMF는 지난 4월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5%로 낮췄고, 한국은행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3%에서 2.8%로 성장률 전망을 변경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2.6.8/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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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시멘트 재고 떨어져…사흘이면 바닥
건설현장도 문제가 심각하다. 철강과 시멘트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하루 10만톤 물동량 중 포항제철소 2만톤, 광양제철소 1만5000톤 등 현재 3만5000톤 규모의 철강 제품 공급을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인천·포항·당진·순천·울산 등 전국 5개 공장에서 하루에 4만톤 정도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육상 운송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파업이 끝날 때까지 철도나 해상 등을 대체 운송 수단으로 활용한다지만 파업이 2~3일 이상 이어지면 출하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예상해 미리 출하량을 늘렸지만 간신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출하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앞으로 2~3일이 마지노선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시멘트 출하량도 평상시에 비해 90% 급감했다. 시멘트를 운송하기 위한 특수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2700~3000대 중 1500대가량이 화물연대에 소속되면서 시멘트 공급이 거의 멈춰 섰다.
유진기업·삼표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길어야 2∼3일 정도에 불과하고 이번 주가 지나면 재고 물량도 바닥나는 상황이다. 재고량 자체가 제한적이라 물류대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철강 운송이 막히고 시멘트 출하량이 줄면 결국 건설현장은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레미콘을 못 구해 작업 일정을 재조정하는 현장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2∼3일만 된다면 수도권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사흘 안에 건설재료가 떨어지는 건설현장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시멘트, 레미콘 생산이 멈추면 다음 주부터 건설현장 셧다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의 경우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대책을 고심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과 공장 가동, 완제품 출하 등에서 단계적으로 차질이 올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은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고 물류현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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