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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미분양 몸살 앓는 대구 아파트 왜? 입주 쏟아져 3억씩 ‘뚝뚝’…전세도 동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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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2호선 담티역에서 나와 10여분을 걸었을까. 멀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GS건설 자회사 자이S&D가 짓는 수성구 ‘만촌자이르네’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9~10일 청약에서 607가구 모집에 절반가량인 266가구가 미달되면서 대구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만촌동에 들어선 데다 전용 84㎡ 분양가가 11억5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만촌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전용 84㎡ 실거래가 13억원)’보다 저렴했음에도 ‘완판’에 실패했다. 만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대구 곳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다 보니 대형 건설사 신규 분양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 수성구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도 웃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동안 ‘지방 대장주’로 불렸던 대구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올 들어 주요 단지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지는가 하면 청약 시장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찬바람이 분다. 지난 5월 24일 찾아간 대구는 인기 주거지인 수성구뿐 아니라 동구, 남구 등 도심 곳곳이 ‘공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지만 정작 실수요는 뒤따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인중개업소마다 인파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전화 문의도 뚝 끊겼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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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 매매가 급락

▷범어푸르지오 2억9000만원 떨어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1.9%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6%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5월 셋째 주(16일 기준) 대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하락해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일례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SK뷰’ 전용 84㎡는 최근 11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말 거래된 최고가(14억5000만원) 대비 3억원 떨어졌다. 수성구 ‘범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도 올 4월 10억7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3억6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불과 몇 달 새 2억9000만원 떨어졌다. 범어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는 족족 거래됐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식었다. 다급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쏟아내도 보러 오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수성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분위기도 좋지 않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협성휴포레’ 전용 84㎡는 최근 4억96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0년 말 신고가(7억3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도 연일 하락세다. 대구 중구 대봉동 ‘센트로팰리스’ 전용 80㎡는 지난해 3월 전셋값이 5억2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3억5000만~3억8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성구 수성동1가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 역시 지난해 6억원까지 치솟았던 전셋값이 올 들어 4억3000만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대구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서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닥쳤다. 올해 대구에서 분양한 단지 대부분이 미달에 허덕일 정도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우건설이 공급한 ‘달서푸르지오시그니처’는 993가구 모집에 856가구가 미달될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다. 3월 동부건설이 분양한 ‘수성센트레빌어반포레’는 310가구 모집에 겨우 35가구만 주인을 찾을 정도였다.

실수요자가 신규 분양 물량을 외면하면서 대구 미분양 물량도 점차 쌓여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은 6572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2월(4561가구) 대비 44%가량 늘어난 데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153건)과 비교하면 무려 40배 증가한 물량이다. 아파트 거래도 뚝 끊겼다. 2020년 5만1395건에 달했던 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2만1231건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3월까지 2731건에 그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 아파트 미분양이 늘면서 분양가 수준에 못 미치는 매매가가 형성돼 당분간 집값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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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 한파 이유는

▷올해 2만, 내년 3만가구 입주 폭탄

대구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부는 것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만7204가구 수준이었던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840가구로 증가했다. 내년 입주 물량은 3만4345가구로 3만가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앞서 2008~2009년에도 수만 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대구는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는데,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가 팽배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대구광역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구시는 또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매매가 기준 6억~9억원 구간 0.5%에서 0.4%로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지만 거래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대구뿐 아니라 경주, 포항 등 경북 주요 도시 부동산 분위기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기준 경북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519가구에 달한다. 포항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2월 41가구에 그쳤지만 올 3월 3140가구로 급증했다. 포항 오천읍 포항아이파크, 학잠동 포항자이 애서턴 등 주요 단지 미분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매가도 하락세다. 2018년 입주한 포항자이 전용 72㎡ 매매가는 지난해 9월 5억4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올 들어 4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경주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해 12월 120가구에서 올 3월 2078가구로 치솟았다. 대구와 경북을 합한 미분양 주택은 총 1만3091가구로 전국 미분양 주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오는 6월 말까지 포항, 경주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에서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지역 등 4개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하면 지정된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보증 예비심사,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구, 경북 아파트 매매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뚜렷한 개발 호재가 없어 외부 투자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 가운데 단기간 내 공급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많은 데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실수요자마저 주택 매수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특히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떨어지는 상황이라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대기하면서 분양가가 저렴한 인기 지역 단지 청약만 선별적으로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고 청약 시장에도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매년 수만 가구씩 공급이 쏟아지는 만큼 당분간 대구 일대 집값이 보합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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