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밤 서울 서초IC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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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음주측정거부를 반복한 운전자에 대한 가중처벌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음주운전보다 음주측정 거부하는 것이 더 낮은 형량을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음주측정을 거부할 경우 처벌수위를 높이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나뉜다. 가장 처벌 수위가 높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은 징역 2년∼5년이나 벌금 1000만∼2000만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징역 1∼5년이나 벌금 500만∼2000만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을수록 측정을 거부할 때 유리한 처벌을 받을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음주 후 나타나는 알코올 대사는 성별·연령·체중 등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 여성이 소주 1.6~2병을 마시면 90분 이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반복적 음주측정 거부에 대한 가중처벌은 사라졌지만 통상적으로 음주측정거부할 경우 음주운전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받는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측정거부 당시 정황을 엄격하게 조사해서 형량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에 지시하고 있다"며 "혈중알코올농도 0.2% 미만일 경우에는 측정 거부가 오히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0.2%를 넘는 경우에도 측정거부 정황 등을 바탕으로 법원에서도 형량을 무겁게 내리는 편"이라고 했다.
경찰은 음주측정거부자의 걸음걸이, 말투, 운전 상태 등을 관찰하고 경찰관 몸에 부착된 보디캠으로 채증하는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 수사에 활용한다.
이충용 변호사는 "변호사로 사건을 진행하거나 검사로 일할 때의 경험을 근거로 볼 때 음주측정거부의 형량이 음주운전보다 일반적으로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법원에서도 음주측정거부를 거의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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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입법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는 "비틀거리는 차를 경찰이 세우고 문을 강제개방해서 체포했는데도 음주운전이 아니라 음주측정거부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며 "경찰이 보디캠으로 채증하고 현장 정황 등을 적법절차에 맞게 꼼꼼히 기록하지 않으면 음주측정거부자를 제대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사람에게 불이익이 주어져야 한다"며 "음주측정에 불응했을 때가 음주운전을 한 것보다 법정형을 더 높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한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혈중알코올농도별로 세분화 해놓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본다"며 "음주운전 자체에 5년이하 징역 2000만원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규정을 정해서 판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효력을 잃은 윤창호법을 대신할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는 "입법의 미비라고 생각한다"며 "측정거부에 대한 형량을 높여서 측정을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법정형으로 볼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2%가 넘는 게 명확하다면 음주측정거부가 더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라며 "윤창호법의 위헌취지를 감안해서 국회에서 조속히 측정거부를 줄이기 위한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민 의원의 법안은 음주측정 불응 시 처벌 수위를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한 것을 골자로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26일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위헌을 결정했다.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혼합해 두 차례 이상 하거나 두 차례 이상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징역 2∼5년이나 벌금 1000만∼2000만원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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